15장 중립 지키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신문은 자전거 사고와 문명의 붕괴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하다._조지 버나드 쇼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정치, 사회 문제, 과학적 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특히 기계적 중립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왜곡과 혼란은 종종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글에서는 중립을 지나치게 고수하려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그 사례로서 2016년 미국 대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5.1 트럼프의 거짓말과 탈진실 정치
2016년 미국 대선을 돌아보면, 트럼프의 승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경쟁은 전형적인 대선 구도로 보였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클린턴은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전통적인 후보였지만, 이메일 서버 논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정치 규범을 완전히 무시한 비상식적인 후보였습니다. 그는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았고, 여성혐오적 발언과 성폭력 의혹에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사업 운영 방식도 사기와 다를 바 없었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 미디어의 공정성 원칙이 낳은 역설
미국 언론은 선거 보도를 공정하게 하려는 원칙을 지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죠.
- 첫번째 실수: 트럼프의 충격적인 거짓말과 선동적 주장은 미디어를 통해 계속 확산되었습니다.
- 두번째 실수: 뉴스는 클린턴의 사소한 논란(이메일 스캔들)을 트럼프의 중대한 문제(성범죄 의혹, 인종차별적 발언)와 동등한 수준으로 보도했습니다.
-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균형 잡힌 보도 원칙은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양측이 같은 수준의 논란을 가진 듯한 착시를 만들어냈습니다.
📌 핵심 요점
✔️ 트럼프는 정치 규범을 무시하고 선동적인 전략을 활용했으며, 미디어는 이를 확산시켰습니다.
✔️ 미디어는 ‘공정한 보도’를 지키려다 사실과 거짓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 이는 대중이 트럼프의 심각한 문제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 결론: 미디어의 공정성 원칙은 중요하지만, 팩트와 허위를 동일한 무게로 다루는 실수는 민주주의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15.2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기계적 중립’
미디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기계적 중립’입니다. 이는 상반된 두 입장을 공정하게 다루려다 보니, 증거의 무게와 상관없이 양측을 동등한 가치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기계적 중립의 문제점
- 대립한다고 해서 두 입장이 항상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 언론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공정함이 곧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 증거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균형을 맞추려는 태도가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예를 들어, 대체의학의 효과를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가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의학적 연구 결과와 동등한 수준의 증거로 취급되곤 합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입니다.
📌 기계적 중립이 초래하는 문제
✔️ 과학과 유사과학을 같은 선상에 두는 실수를 범합니다.
✔️ 객관적 증거가 명확하게 한쪽을 가리키고 있어도 대립하는 양측을 동등하게 보도합니다.
✔️ 결과적으로, 허위 정보와 거짓된 주장이 마치 신뢰할 만한 의견인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 결론: 미디어의 공정성은 중요하지만, 잘못된 균형을 맞추려는 ‘기계적 중립’은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된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15.3 담배 업계의 날조된 논쟁
20세기 초반, 폐암은 상대적으로 드문 질병이었지만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인을 둘러싼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고, 1929년 프리츠 리킨트(Fritz Lickint)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통계적 증거를 발표했습니다.
🔎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증거
✔️ 흡연과 폐암 발생률 사이의 통계적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남
✔️ 담배 연기에서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 발견
✔️ 실험 동물에게 담배 연기를 노출했을 때 암이 발생하는 연구 결과 발표
이처럼 과학적 증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담배 산업은 이를 부정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 담배 업계의 조작된 논쟁
담배 업계는 증거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대중이 혼란을 느끼도록 조작된 논쟁을 유도했습니다.
📌 목표: "담배가 해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퍼뜨리는 것
📌 전략: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흡연의 위험성을 단순한 의견 차이로 격하시킴
📢 기계적 중립이 악용된 사례
담배 업계는 미디어의 기계적 중립을 교묘하게 활용했습니다.
✔️ 담배가 유해하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있음에도,
✔️ 마치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등한 것처럼 보도되도록 유도
✔️ 결과적으로, 대중은 "과학적 논란이 있다"고 착각하게 됨
👉 결론: 과학적 증거가 명백한 경우에도, 기득권층은 날조된 논쟁을 만들어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미디어가 기계적 중립을 유지할 때, 거짓된 정보가 진실과 동등한 가치로 취급될 위험이 있습니다.
15.4 신을 모욕한 다윈
🔎 지적설계론 vs. 진화론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종교에서는 생명의 복잡성이 신의 창조물이라는 증거라고 믿었습니다. 생명체가 너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의 초월적 존재(신)가 이를 창조했을 것이라는 논리였죠.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 결함이 존재했으며,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을 비롯한 여러 사상가들은 이 가설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 진화론이 가져온 혁명
19세기,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은 이러한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 생명체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연 선택을 통해 진화한다.
✔️ 즉, 생명의 복잡성은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 이제 생물학에서 초월적 존재를 가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 지적설계론의 모순
❌ 지적설계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 실제로는 창조론을 과학적 개념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 진화론과 달리, 검증과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 거짓 등가성의 문제
일부 사람들은 "진화론도 이론일 뿐이므로, 창조론과 동등한 가치가 있으며 학교에서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거짓 등가성(False Equivalence)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진화론: 과학적 검증을 거친 강력한 이론이며, 실험과 증거로 뒷받침됨.
✔️ 창조론: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한 신념 체계이며, 객관적 증거가 없음.
👉 결론: 과학적 사실과 종교적 신념을 동등하게 취급하려는 시도는 기계적 중립의 오류를 보여줍니다. 진화론과 창조론을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는 것은, 검증된 과학과 신념을 동일한 가치로 둔다는 점에서 잘못된 접근입니다.
15.5 기후위기, 의심의 무기화
🔎 기후변화 부정론과 '기계적 중립'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창조론이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여겨지지만,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는 '의심의 무기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인간 활동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는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했고,
✔️ 이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과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끊임없이 의심을 조장하며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한 비주류 의견이 아니라 의도적인 전략이며, 이 과정에서 '기계적 중립'이 악용되었습니다.
📢 언론 보도의 문제점
기후변화 부정론은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를 '균형 잡힌 보도'라는 이름으로 동등하게 다루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 보이스 랜스버거(MIT 과학 저널리즘 나이트센터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균형 잡힌 보도란 두 주장을 같은 무게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증거의 균형에 따라 무게를 배분하는 것이다."
✔️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계적 중립이 적용되어 기후변화 부정론이 과학적 사실과 동등한 위치에 놓였습니다.
📊 실제 연구 결과:
1988년~2002년 동안 미국 주요 신문 4곳에서 보도된 636편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 대부분의 기사에서 기후변화 과학과 부정론을 동등하게 취급했습니다.
➡️ BBC조차도 2011년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부정론에 지나치게 많은 방송 시간을 할애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 대중의 오해와 그 영향
🔎 과학자들의 합의 vs. 대중의 인식
✔️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동의율은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 하지만 2013년 연구에서 대중은 과학자의 50%만 기후변화에 동의한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 이처럼 조작된 균형(거짓 등가성)이 기후 행동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 최근의 변화
2017년 연구에 따르면,
✔️ 미국 언론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에 더 가까운 보도를 하기 시작했지만,
✔️ 여전히 기후변화 부정론이 과도하게 홍보되며 일부 언론에서는 부정론이 활발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 결론: 기계적 중립이 불러온 위험
✔️ 균형 잡힌 보도는 중요하지만, 증거의 강도를 무시하고 상반된 의견을 같은 무게로 다루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 터무니없는 주장을 과학적 사실과 동일한 위치에 놓으면, 잘못된 정보가 대중에게 신뢰성을 얻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 기계적 중립은 결국 잘못된 정보에 언론의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늦추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결국, 언론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공정함과 균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 특히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진 문제에서는, 거짓된 균형을 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정함입니다.
기계적인 중립은 때때로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중요한 사실들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무조건적인 중립을 고수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때때로 적극적으로 사실을 분별하고 사실에 근거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립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는 상황에 맞는 균형 잡힌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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