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한국이 망한다는 '망국론'은 이제 식상할 정도로 흔합니다. 하지만 막연하게만 느끼던 것들이 이제는 수치화되어서 눈앞에 나타나고 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급히 서두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스스로 소멸할 것이라고 책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 김현성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치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말기 불치병 환자를 보듯 대한민국을 보고 있는데요, 마주친 현실이 상당히 절망적임에도, 사회 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아프게 꼬집고 있습니다.
또 하나 더 이 책의 독특한 점을 하나 더 말씀드리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정부 탓을 하고, 재벌 탓을 하고, 한국인의 품성을 탓하는 대신 '돈의 관점'에서 한국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냐면 한국은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이고, 주로 돈으로 돌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 '돈'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면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는 저자의 이력 때문이기도 한데요, 저자 김현성은 실제로 수년간 대기업 금융권에서 일하며 많은 돈을 운용했던 사람이라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한국의 문제를 어떤 정당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납득시킬 이유나 목적을 가지지 않은, 그냥 대한민국을 살아하는 보통 사람이 진단한, 한국의 문제가 무엇인지 저는 그게 너무 궁금해서 이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한국의 실상은 아주 충격적이었죠. 도대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 걸까, 하루빨리 한국을 떠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대한민국은 어떻게 소멸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2025년에는 0.65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출처: 2022~2027 장래인구추례_통계청)
하지만, 단지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그것이 '망한다'는 뜻일까요? 오히려 인구가 적어지면 더 많은 것을 더 적은 사람들이 나눠갖게 되니까 더 잘 살게 되는 게 아닐까요? 네. 일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맞으려면 한국에 '더 많은 것'이 실제로 있어야 해요. 한마디로 국내총생산이 높아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보세요. 원화는 달러나 엔화 같은 기축통화가 아닙니다. 외국에서 쓰이지도 않고, 해외 자산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외화를 조달하기도 힘들죠. 인구 감소로 경제 규모가 축소되면, 성장 기대가 낮아지고 투자 매력이 떨어집니다. 그 결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환율이 불리해지고, 식량과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은 물가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려워집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면 '돈'을 뜯어봐야 한다
우리에게 한국이라는 사회를 건강하게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있을까요? 아니요. 우리는 거대한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실질적으로는 빈곤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생각보다 소득이 적고, 그 적은 소득도 높은 물가나 사교육비 등으로 인해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맨날 돈이 없어요. 그러니 결혼이나 출산을 할 수가 있겠어요? 한국 소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혼과 출산은 한국에서는 거의 '사치재'가 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한국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책 '자살하는 대한민국'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대로 진단하고 과감하게 바꿀 수 있다면요. 지금부터는 뭐가 잘못됐고,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를 하나하나 살펴볼 차례입니다. 책 내용을 전부 다룰 수는 없으니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원인파악하기
한국인들이 돈이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점점 더 높은 수준을 원할수록 돈이 더 듭니다. 그런데 만약에 돈은 안 내고 높은 서비스만 받고 싶다? 그렇다면 거기 어딘가서에는 사람이 갈리고 있는 겁니다. 거기서 갈리는 사람은 돈도 더 못 받고, 자기 시간을 더 쓰면서, 더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으니 연애나 자기계발을 하기도 힘들고, 출산이나 육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번 돈 쓸 시간도 없게 되죠. 이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재생산성이 무너지는 겁니다.
책에서는 이런 예를 듭니다. 밤거리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CCTV를 추가로 달려고 합니다. 몇 개 더 사서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누군가는 그 CCTV를 보고 관리해야겠죠? 하지만 그 일을 위한 고용을 하지는 않아요. 기존에 있던 사람에게 일을 더 붙이는 거죠. 그렇게 돈을 안 들이고 사람을 갈아서 유지 관리가 되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정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가 가실 거예요. 그렇게 잡다하고 소소하게 업무가 늘고 우린 피곤해지도 시간이 없어집니다.
돈이 많다면, 당연히 저도 이런 공공서비스에 돈을 더 내고 싶습니다. 증세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사람들 진짜 돈이 없습니다. 이렇게 잘 사는 GDP 규모 세계 10위 권의 국가 국민이 돈이 없다는 게 너무 이상하지만 정말입니다. 우리가 특별히 허세나 낭비가 심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이기적이라서? 아닙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지금부터 왜 그런지 살펴볼게요.
먹을 게 너무 비싼 나라
한국은 물가가 높은 나라예요. 특히 식료품의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수준입니다. 더 문제인 것은 비싼데 계속 더 비싸지고 있다는 거예요. 식료품 가격의 상승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먹는 것이 가게에 부담이 좀 될지언정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먹고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많이 먹기 때문에, 수요가 높아서 식료품 물가가 높은 것은 아니에요. 이유는 농업생산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평원에서 트랙터가 자동으로 수확하는 쌀보다, 한국의 좁은 평지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수확하는 쌀은 당연히 더 비쌀 수밖에 없을 거예요. 쌀을 수확하는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갔으니까. 그래서 한국의 식료품이 더 비싼 것입니다.
그래서 영세한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농가 소득을 보전해 주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소득보전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장기적으로는 농업 개혁을 막은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도시화로 인해서 농가의 면적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농가 인구 또한 같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농산물이 계속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런데도 한국인은 계속 많이 먹는다?
물가가 높으면 수요가 줄어야 하는데, 식료품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데도 계속해서 많이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1. 에너지 물가가 싸고 2. 사회간접자본 비용이 싸고 3. 서비스 물가가 싸기 때문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데도, 휘발유 값이 싼 편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난방비, 온수, 전기요금 등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높지 않아요. 또 대중교통 비용도 상당히 저렴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러한 에너지 비용에서 지출을 덜 하는 부분을 먹는데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비용들이 너무 싸면, 공공부문에 적자가 계속해서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에너지는 보통 다 공공부문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는데 여긴 수익을 내는게 목적이 아니기도 하고,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것은 일반 시민들의 저항과 반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쉽사리 올릴수가 없었어요. 대중교통 비용도 마찬가지였죠. 반드시 이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런 것들이 오르면 서민이 살기가 너무 힘들어진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가 힘들 테니까요.
그렇다면... 공공요금을 확 올려버릴까?
그럴 수가 없는 게 우리는 이미 도시 생활 물가가 만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공공요금을 올리면 결국 대한민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도시 노동자 계층이 경제적 여건이 상당히 악화되겠죠? 그러면 조세저항도 심해지고 복지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높은 식료품의 물가를 잡는 게 너무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이 이건 농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게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농업의 기업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심지어 개헌까지 필요한 상황이고요.
애 학원 안 보내는 집 본 적 있나요?
한국에서 애를 키우고 있다면 학원비는 거의 조세 수준으로 나갑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없거나 아주 소규모로나 있는 지출이 우리나라에서는 필수 지출로 아주 자리를 잡았죠.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 시장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평균은 52.4만원이에요. 특히 대도시에 사는 고등학생이라면 월 평균 사교육비가 83.3만원까지 치솟습니다. 우리의 월 평균 소득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도 너무 높아요.
고등학교 아이가 1명만 있다고 하더라도 3인 가구 중위소득 기준으로 전국 평균 17.3%가 사교육비로 나가고,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28.3%까지도 지출을 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의 구매력 대비 물가 수준을 비교하면 한국은 기초 생활 물가 수준에 비해 구매력이 약 120%밖에 안 되는데, 단순하게 기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지출하고 남은 비용이 총 구매력의 20%라고 가정하면, 한국 대다수의 집들은 학원비를 내고 나면 모두 적자가 나게 된다는 추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다는 거죠.
지금까지도 심란한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비싼 생활 물가,
사교육이라는 제2의 세금,
낮은 공공요금..
이게 오래 지속되나 보니까 우리 한국사람들은 이런 구조가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금을 더 걷을 수도, 공공요금을 더 올릴 수도 없어요. 이미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이런 것들을 올리면 타격이 너무 심하게 오는 거죠. 우리에게는 세금을 더 내거나 공공요금을 더 부담할만한 돈 자체가 없어요. 게다가 우리는 서울에 집도 사야 합니다.....?
마치며.. 책 추천!
우리는 과연 이 대한민국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더 자세하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책에 한가득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또 나의 미래와 내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현성 작가의 책 '자살하는 대한민국'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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