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일본 추리소설 5편을 소개합니다.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심리적, 논리적 깊이를 더한 이 작품들은, 보면 볼수록 안보이던게 보이는! 말그대로 미스터리한 작품들입니다.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6. 십각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나에게 있어 추리소설이란
단지 지적인 놀이의 하나일 뿐이야.
소설이라는 형식을 사용한
독자 대 명탐정,독자 대 작가의
자극적인 논리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십각관의 살인』은 2023년 타임지 선정 세계 100대 미스터리 & 스릴러 소설에서 36위를 차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중 하나로, 한국에는 총 8편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깜짝관의 살인'까지 포함하여 총 9편이 출간되었습니다.)
일곱 명의 미스터리 연구회 대학생들이 과거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섬 '츠노시마'의 '십각관'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례차례 살해당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이를 추리하는 육지의 인물들을 교차하여 그리면서 독자에게 긴장감을 더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마지막의 강렬한 반전으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줍니다.
7. 고백 / 미나토 가나에
미나미는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우리 반 학생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인 『고백』은 이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해 독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이 책은 2008년 출간 이후 2010년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한 여성 교사가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미스터리 소설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주인공 유코는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 속에서 학생들에게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진실을 밝힙니다.
소설은 여섯 명의 화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희생자와 가해자, 그 가족들, 그리고 방관자들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진실을 풀어내며, 사건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듭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이야미스' (불쾌한 미스터리) 스타일을 대표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독과 파괴적인 본성을 예리하게 파헤칩니다. 일본을 넘어 한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영화와 연극으로도 각색되었습니다.
8.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한자와 숫자로 가득한 시간표가
요즘 나의 작은 애독서이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문학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작가로, 천 편 이상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마쓰모토 세이초 상'은 일본 문학계의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점과 선』은 1958년 출간 이후 일본 추리소설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도쿄 역에서 벌어진 단 4분간의 시간차를 이용한 트릭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사회 구조 속에서 비극에 휘말린 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사회적 이슈와 추리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했습니다.
이야기는 도쿄 역 13번 플랫폼에서 한 여성이 하카타행 열차에 오르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녀와 함께 있던 남성은 정부 부패 사건에 연루된 관청의 과장대리 사야마 겐이치. 며칠 후, 두 사람은 후쿠오카 해안에서 청산가리를 마시고 죽은 채 발견됩니다. 사건은 동반 자살로 보이지만, 형사 도리카이 준타로는 작은 단서에서 의문을 품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합니다.
섬세한 트릭과 사회적 메시지가 결합된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당시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개인의 비극을 심도 있게 그려낸 걸작입니다.
9.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 미쓰다 신조
이 글을 읽는 사이에
자기도 목이나 목구멍 또는 손목이나 발목을
다쳤다, 삐었다, 아팠다, 상태가 나빠졌다 등
불가해한 체험을 호소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호러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미쓰다 신조의 탁월한 능력을 잘 보여줍니다. 작가는 호러가 주는 불가해한 공포와 미스터리의 논리적 해명 사이의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하며 독자들을 매료시킵니다.
일본의 외딴 마을 히메카미 촌에서 머리가 잘린 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마을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대대로 히가미 가문의 적자인 맏아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마을은 아들이 태어난 뒤 삼일째, 십삼 년째, 이십삼 년째 밤에 각각 의식을 치러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십삼야 참배' 의식 날 밤, 히가미 가문의 장손 조주로의 쌍둥이 여동생 히메코가 우물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조상의 저주가 다시 내렸다고 두려워하며, 연이어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들 속에서 불안이 점점 커져만 갑니다.
밀실 상태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과 마을의 깊은 전통, 민속 신앙이 얽힌 공포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10. 아웃 / 기리노 나쓰오
그러나 경계를 넘은 세계에서
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웃』은 1998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004년 일본인 최초로 에드거 앨런 포 상 최우수 장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두 번째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습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인터뷰에서 소설을 통해 행복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사실 현실은 지옥이고 작품이 그것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품에서도 등장인물의 거의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네 여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남편의 폭력에 지친 야요이는 어느 날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가장 침착한 동료 마사코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마사코는 그녀를 돕기로 하지만, 살인과 시체 은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위험한 일로, 쿠니코와 요시에까지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갈수록 예상치 못한 변수이 발생하며 사건은 더욱 꼬여만 갑니다. 네 여자는 점점 잔혹한 범죄의 세계로 빠져들고, 각자의 삶도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이야기의 끝에서야 독자는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아웃"이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이 네 여성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아웃'할 수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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