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소설집 속에는 정말 보석 같은 단편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죠. 작품의 길이가 짧다 보니 많은 작품을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만큼 금세 잊히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많은 한국 단편 소설 중에서도, 제가 특히 재미있게 읽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세 작품을 골라봤습니다. 한 편 한 편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들이에요.
1. 김기태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 <전조등>
착실하게 살아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잘하고, 취업도 잘한 말그대로 엄친아죠. 적당한 취미생활과, 적절한 도덕관념을 가지고 있고, 결혼에 관한 약간의 동경과 이상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남자는 몇 번의 연애끝에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만납니다. 그리고 청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죠. 여행지의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 곳에서 청혼 하기 위해 그는 그녀와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지로 가는 길에 남자는 예기치 못하게 한쪽 전조등이 깨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려 살펴봤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아무 것도 없고 신발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어요. 약간의 추위와 두근거림의 충동에 남자는 그자리에서 여자에게 청혼을 하게되고 여자는 받아들입니다.
이후 평범한 결혼 생활이 이어지고 임신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죠. 부부는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맞은 첫날밤 조촐한 축하파티를 여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낭비없이 딱 필요한 것만 담은 짧은 문장과, 속도감, 그리고 불안감에 있습니다. 독자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실체없는 불안을 주인공들과 함께 공유하게 돼요. 결코 말해지진 않았지만, 직감으로 알 수 있는 어떤 것을 작품 속 그들도, 독자도 끝까지 모른척 덮어두게 되죠. 마치 어떤 것에 비자발적으로 동조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정말 재미있고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2. 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 중 <둥둥>
주인공 목은탁은 홍대 미대 졸업반 학생입니다. 졸업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화방에 재료를 사러가던 아주 더웠던 여름 날, 은탁은 많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주고 있는 소년 목형규를 보게 됩니다. 은탁은 형규를 보자 '덕통사고'를 당하고 말죠. 그때부터 은탁은 졸업작품이고 뭐고 차에 집에 가진 것을 모두 팔아치우며 형규를 최고의 아이돌 스타로 만들기 위한 '덕질'을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탁은 형규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러 가다가 교통 사고를 당해 서해바다에 둥둥 떠 있는 신세가 됩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도 은탁은 형규를 향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요, 그 결정 때문에 은탁은 외계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딱 한 가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과연 은탁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책을 덮자마자 그 책을 읽은 독자들과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장담컨대, 이 작품 읽으시면 '리뷰' 나 '결말 해석' 검색하시게 되실거에요.^^
3. 예소연 소설집 '사랑과 결함' 중 <그 개와 혁명>
혹시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소설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어요. 객관적으로 펼쳐지는 상황은 비극에 가까운데 그 안에 유머과 사랑이 따뜻하게 녹아있는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합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아빠인 '태수씨'가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가족이 겪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전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정치이념에 따라 활발하게 활동했던 태수씨가 엄마와 만나게 된 일,
함께 했던 동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태수씨의 인품을 엿보게 합니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태수씨의 장례식인데요,
태수씨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유쾌한 장례식을 위해, 아빠와 딸은 조문객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함께 작성하고,
그 말은 딸의 입을 통해 조문객들에게 전달됩니다. 태수씨가 생전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딸의 입으로 발화되면서,
슬프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을 뒤집어 놓을 한 가지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이 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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