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기일(1)

공판기일은 법정에서 재판부, 검사, 피고인, 변호인 등이 모여 법적 분쟁에 관련된 사건을 심리하는 중요한 절차 중 하나입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는 검사가 구공판(정식기소)을 한 경우 또는 검사가 약식기소(구약식)를 했지만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에 공판기일이 열릴 수 있습니다. 이 기회에 각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고 증거를 제출하며 법정에서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공판기일은 쟁점을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이며, 정의롭고 공평한 판결을 내리기 위한 장소로 활용됩니다.

 

대한민국 법원의 형사절차 흐름도

1. 공판기일 전의 준비

공판기일 이전에 당사자들은 사건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절차는 공판기일 전의 사건의 실체심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절차적인 측면에서 사건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법원을 통해 서류를 주고받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1.1 공소장부본의 송달

검사가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해당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에게 송달합니다. 이 공소장 부본은 원본 공소장과 동일한 문서를 하나 더 만든 것으로서, 피고인이 혐의(공소사실)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합니다.

공소장은 주로 혐의를 명시하고, 해당 법조문을 인용하여 피고인이 어떤 법적 규정에 위배되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혐의를 명확히 알려주기 위해 송달되며, 이는 피고인이 변호인과 함께 사건에 대비하고 자신의 입장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소장 부본의 송달은 피고인의 변론 및 자기방어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절차로, 법정에서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를 통해 피고인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방어를 위해 준비할 수 있습니다.

1.2 국선변호인의 선정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공판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공판기일 전에 변호사를 선정하여 붙이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절차입니다. 변호사는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법정에서 대표하고, 적절한 방어를 제공하여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돕습니다.

구속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에 참여할 때 변호인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변호인이 따로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붙입니다. 이 국선변호인은 기소 후에도 지위가 유지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실무에서는 영장실질심사가 끝나면 그 국선변호인은 활동을 종료하고, 법원이 다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게 관행입니다. 불구속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나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꼭 있을 필요는 없지만, 법원은 필요한 경우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1.3 공판기일의 지정

위 절차를 마치면, 재판장은 공판기일을 지정합니다. 공판기일이 지정된 후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 검사, 피고인, 그리고 변호인의 출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는 각각의 단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 공판기일 지정: 재판장이 공판기일을 지정합니다. 이는 법정에서의 공판이 진행될 날짜와 시간을 나타냅니다.
• 검사에게 공판기일통지서 발송: 재판장은 검사에게 공판기일통지서를 보냅니다. 이를 통해 검사는 공판에 출석해야 하며, 이를 통해 법정에서 사건이 진행됩니다.
• 피고인에게 소환장 발송: 피고인에게는 소환장을 보내어 출석을 요청합니다. 소환장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속될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미 구속 중인 피고인에게는 교도관에게 재감인 소환부를 보내 충분히 통지합니다.
• 변호인에게 공판기일통지서 발송: 변호인에게도 공판기일통지서를 보냅니다. 변호인은 공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지서를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필수적인 변론 사건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1.4 의견서 제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장 부본을 받으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피고인은 이런 제도를 잘 모를 수 있으므로 법원은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에게 보낼 때, 의견서 양식을 함께 줍니다. 이 의견서는 법원이 의견서를 통해 피고인의 입장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심리계획을 수립하고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이 자체로 증거는 될 수 없습니다.

1.5 증거의 열람 등사

공판 준비 단계에서 피고인이 공소장 부본만 받았고 수사기록은 여전히 검사가 보관하고 있다면, 이는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참고인조사에서 어떤 진술이 있었는지, 쟁점은 무엇인지 등을 피고인이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피고인의 변론이 불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관련 서류를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중요한 조치입니다. 특히 영미법상 증거개시(criminal discovery)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은 피고인에게 증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여 적절한 방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증거개시 제도는 일반적으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검사가 보유한 증거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피고인이 자신의 사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절한 변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소송관계인의 출석

2.1 검사와 피고인의 출석

원칙적으로, 검사와 피고인의 출석은 공판 개정의 요건이며, 모두 출석해야 공판기일이 진행됩니다.  예외적으로는, 피고인이 약식명령에 정식재판청구한 경우, 피고인이 계속해서 불출석하는 경우 등 특정 상황에서는 피고인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단, 경미한 사건일지라도, 징역이나 구류가 가능한 경우 판결선고일에 피고인은 꼭 출석해야 합니다. 이는 의외로 실형이 선고될 경우, 그날 법정에서 피고인을 바로 구속해야 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2.2 변호인의 출석

원칙적으로, 변호인 출석은 공판 개정의 요건은 아닙니다. 즉, 변호인의 출석은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단, 필수적 변호인 출석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합니다.
실무상 변호인이 판결선고일에 출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선고일 당일에는 변호인이 판결에 영향을 주기 어려워 출석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3. 모두절차

모두절차는 공판기일 최초에 하는 절차로, 다양한 당사자들이 법정에 모여 심리에 참여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먼저, 검사와 참여사무관이 먼저 법정에 입장하고, 이후에 법관이 입장합니다. 방청석에 있던 피고인은 재판장이 자기 사건을 부를 때 피고인석에 앉습니다.

• 진술거부권의 고지: 모두절차는 진술거부권의 고지에서 시작합니다. 이 권리는 피고인이 언제든지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이익되는 사실만 진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모두절차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 인정신문: 피고인에게 성명, 연령 등을 물어 출석한 자가 피고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진행됩니다. 이는 실질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자가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과 동일인인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 모두진술: 검사가 공소사실, 죄명, 적용법조 등을 낭독하는 모두진술이 진행됩니다. 피고인은 검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에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 및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는 모두진술을 합니다.
• 쟁점정리 및 증명계획 : 재판장은 피고인의 모두진술이 끝난 다음 쟁점을 정리하고, 검사, 변호인에게 증명계획을 진술하게 할 수 있습니다.
• 증거신청과 그 채택 : 쟁점정리가 완료되면 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수집한 다양한 서류를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합니다. 이는 재판의 근거가 될 중요한 단계로,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릅니다.
• 증거목록 제출: 검사는 쟁점정리가 끝나면 법원에 증거목록을 제출합니다. 이 목록에는 피의자의 신문조서, 참고인 진술조서 등 다양한 서류가 포함됩니다.
• 서류의 채택 신청: 검사는 제출한 증거목록에 포함된 각 서류를 법원에서 채택해 달라고 신청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법정에서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서류가 선별되는 것입니다.
• 피고인의 의견 수렴: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각 서류가 증거로 채택되어도 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습니다. 피고인은 동의하거나 반대할 수 있습니다.
• 동의한 서류의 채택: 피고인이 특정 서류에 동의하면, 해당 서류는 법정에서의 증거로 채택됩니다. 이는 피고인이 해당 서류의 내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 부동의한 서류의 보류: 피고인이 특정 서류에 반대하는 경우, 해당 서류는 일단 보류됩니다. 이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지만,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습니다.
• 증인신문을 통한 확인: 예를 들어, 참고인이 부동의한 진술조서를 했다면, 증인신문에서 그 내용이 확인됩니다. 이를 통해 증거의 신뢰성이 검증됩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법정에서 사용될 적절한 증거가 선별되고, 피고인이 그 증거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위한 핵심 단계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