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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11장) 밈-새로운 복제자

by 코코도두 2025. 1. 30.

우리는 유전자가 생물학적 진화를 이끄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특별함을 단순히 유전자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보다 더 빠르게 복제되고 전파되는 새로운 복제자, '밈(Meme)'의 개념을 제안합니다.

 

밈은 단순한 유행이나 정보가 아니라, 인간 문명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강력한 힘입니다. 언어, 종교, 예술, 과학, 심지어 인터넷 밈까지—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개념과 문화적 요소들은 밈을 통해 전달됩니다.그렇다면 밈은 어떻게 진화하고, 인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이 글에서는 이기적 유전자 11장에서 다루는 밈의 개념과 특성, 그리고 밈이 유전자 중심의 진화 이론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책 표지 이미지


 

| 목차 |

1. 문화, 문화적 돌연변이
1.1 또 다른 자기 복제자

2. '밈'과 그 진화
 2.1 신이라는 밈

3. 밈의 특성
 3.1 밈의 단위
 3.2 경쟁하는 밈
 3.3 밈 복합체의 예 - 종교, 맹신, 독신주의
 3.4 밈의 긍정적인 면
 3.5 인간의 선견지명

 

1. 문화, 문화적 돌연변이

 

우리는 인간의 특별함을 무엇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의 특수성을 '문화'라고 했습니다.. 문화적 전달은 유전적 전달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언어와 같은 문화적 요소는 유전자를 통해 전파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화적 과정을 겪습니다.

뉴질랜드의 안장새는 문화적 전달의 좋은 사례입니다. 젊은 수컷은 주변의 다른 새들의 노래를 모방하며 자신의 것으로 삼습니다. 가끔씩 실수로 새로운 노래를 창작하기도 하는데, 책에서는 이것을 '문화적 돌연변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창작된 노래를 그 수컷의 자손이나 인근에 있는 개체들도 똑같이 부릅니다. 새로운 창작물이 전승되고 있는 것이죠. 인간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노래는 유전자가 아닌 학습과 모방을 통해 전파됩니다.

도킨스는 이러한 문화적 전달을 설명하며, 유전자를 넘어선 새로운 복제자인 '밈(Meme)'이라고 부릅니다. 밈은 아이디어, 행동, 문화적 요소으로 이루어지며, 유전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복제되고 전파됩니다. 언어, 의복, 기술, 예술 등은 모두 밈의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밈은 전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 사회의 진보와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복제자라는 이유로 특별하듯, 밈 또한 새로운 형태의 복제자로서 인간 진화의 중요한 단위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1.1 또 다른 자기 복제자

유전자가 특별한 이유는 이들이 자기 복제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생물학에 보편타당성을 가지는 원리가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기 복제일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 차이에 의해 진화한다는 법칙일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지구에 DNA분자 말고 신종 자기 복제자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적 변화를 달성하고 있지요.

 

2. '밈'과 그 진화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개념을 넘어선 새로운 복제자 밈(Meme)이란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밈은 문화 전달의 단위로, 곡조, 사상, 기술, 유행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밈은 유전자와 유사하게 복제되고 전파됩니다. 유전자가 정자와 난자를 통해 퍼지듯, 밈은 모방이라는 과정을 통해 뇌에서 뇌로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 과학자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어 논문, 강연,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확산됩니다.

험프리는 밈을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합니다. 그는 "밈은 뇌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와 같다"라고 설명하며, 밈이 인간의 신경계 속에서 번식하고 생존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밈이 수백만 명의 신경계 속에 구조로 존재하며, 전 세계적으로 번성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2.1 신이라는 밈

'신'이라는 관념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널리 번성할 수 있는걸까요? 책은 신이 갖는 강력한 심리적 매력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깊은 의문에 '신'이 표면적으로 그럴듯한 답을 주기 때문이죠. 현세의 불공정함이 내세에서 고쳐진다고 말이에요. 이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서 효력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인간의 문화가 만들어 내는 환경속에서 '신'은 높은 생존 가치 또는 감염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어요.

 

30억 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복제자는 DNA였습니다. 하지만 꼭 DNA가 영원하고 유일한 복제자일 필요는 없어요. 새로운 복제자가 나타난다면 새로운 유형의 진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유전적 진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죠.

 

인간의 뇌가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밈은 유전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복제되기 시작했습니다. 유전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말이죠. 

 

3. 밈의 특성

모방은 밈이 자기 복제를 하는 수단입니다. 자연선택에서 특정한 유전자가 더 잘 생존하는 것처럼 밈도 마찬가지입니다. 밈 역시 장수, 다산, 복제의 정확성을 갖는 것이 더 잘 생존합니다. 급하게 퍼져나가 단기적으로는 성공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유행가나 뾰족한 스파이크힐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유대교의 율법 등과 같이 수천 년에 걸쳐 계속 퍼져나가는 것도 있습니다.

 

3.1 밈의 단위

그렇다면 밈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봐야할까요? 지하철 환승역을 알리는 곡의 일부분이 밈일까요, 아니면 그 교향곡 전체가 밈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예를 들었습니다. 모든 생물학자들은 다윈의 이론에 관해서 알고 독자적인 해석을 하고 있죠. 만약 다윈 이론이 A와 B로 나뉘어 있고, 어떤 사람은 A를 믿는데 B를 안 믿고, 어떤 사람은 B를 믿고 A를 안 믿는다면, 둘은 서로 다른 밈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A를 믿는 사람이 대개 B도 믿는다면 이 경우에는 하나의 밈으로 봅니다.

 

3.2 경쟁하는 밈

이기적 유전자 책에서는 유전자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이기적'이라거나 '잔인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밈'의 관점에서도 그런 말을 쓸 수 있을까요? 저자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밈도 일종의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밈이 유전자처럼 대립 유전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떤 경쟁이 있을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인간의 뇌가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라고 합니다.  인간은 동시에 몇 종류 이상의 일을 해치울 수 없기 때문에, 한 밈이 어떤 사람의 뇌를 독점하고 있다면, 다른 밈이 그것에 침입할 수 없습니다. 마치 가장 좋은 진열장에 동시에 전시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인 것처럼 말이죠.     

         

3.3 밈 복합체의 예 - 종교, 맹신, 독신주의

유전자는 같이 있으면 유리한 것들끼리 세트를 이루기도 한다고 앞장에서 살펴봤습니다. 예를 들면 육식동물에게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빠른 다리 등이 세트로 형성되어 있죠. 밈도 이렇게 같이 있으면 유리한 세트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건축, 의식, 율법, 음악, 예술, 문서화된 전통이 조직화된 교회를 밈의 세트로 들 수도 있습니다.

 

3.4 밈의 긍정적인 면

우리가 죽은 다음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 두 가지 입니다. 유전자는 한 두 세대만 지나도 많이 사라지게 됩니다. 유전자 자체는 불멸일지 몰라도 우리 각자의 유전자 집합은 금방 사라질 운명이죠. 하지만 밈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나 음악, 시, 발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유전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보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것에 우리는 더욱 관심을 갖는 것처럼 말이죠. 그의 사상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3.5 인간의 선견지명

밈에 의해서 진화했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인간에게는 선견지명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간의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 존재라고 가정하더라도, 우리는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모의실험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입니다.  책에서는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에게도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어요.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이고 밈의 기계로서 살지만 지구에서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이자 밈의 기계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복제자가 아니라, 어떤 밈을 받아들이고 전파할지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도킨스는 인간이 유전자의 이기적인 본성과 밈의 강력한 영향력 속에서도 선견지명(foresight)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무작정 밈에 휘둘릴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밈을 확산할지, 어떤 밈을 거부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입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밈은 어떤 것인가? 내가 전파하는 밈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가 남길 유산은 유전자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밈과 아이디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