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꼼꼼히 책 읽기/고전

이기적 유전자(13장) 유전자의 긴 팔

by 코코도두 2025. 2. 1.

생물은 개체 단위로 살아가지만, 진화는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도킨스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이 장에서는 유전자가 단순히 개체의 몸 안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다른 개체의 행동까지 조종할 수 있다는 개념을 다룹니다. 이를 ‘확장된 표현형(Extended Phenotype)’이라고 부르며, 이는 유전자의 진정한 힘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제, 유전자가 개체를 넘어 환경과 다른 생명체까지 어떻게 조종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13장 표지 이미지


| 목차 |

1. 유전자냐 개체냐
1.1. 배신하는 유전자
1.2. t유전자
1.3. 생물 개체와 확장된 표현형
1.4. 날도래의 건축물
1.5 . 달팽이의 껍데기
1.6. 유약 호르몬과 거세된 게

2. 기생자와 숙주
2.1. 히드라와 조류
2.2. 반란 유전자 절편
2.3. 비버의 댐
2.4. 뻐꾸기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
2.5. 개미 '뻐꾸기'
2.6. 확장된 표현형의 중심 정리

3. 유전자냐 개체냐
3.1. 유전자는 왜 집단을 형성했는가?
3.2. 세포의 무리
3.3. 병목형 생활사
3.4. 불멸의 자기 복제자

1. 유전자냐 개체냐

유전자는 사람을 뛰어넘고, 세대를 뛰어넘으며 계속해서 자기를 복제합니다. 자연선택에 따라 어떤 것은 더 많이 복제 되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은 그 유전자를 담고 있는 개체와 관련이 있어요. 그 개체가 잘 생존하고 번식하는 편이 유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리하겠죠. 따라서 유전자는 개체가 그러한 목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합니다.

 

1.1. 배신하는 유전자

보통 우리는 유전자는 개체가 생존하고 번식하는데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포식자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돕는 유전자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유전자를 책에서는 '배신하는 유전자'라고 하는데요, 일부 유전자는 자기의 번식만을 우선시하며, 개체의 생존에는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감수 분열 구동이 그러한데요, 감수분열을 할 때 보통은 유전자가 난자나 정자로 전달될 확률이 50%인데, '분리 왜곡 유전자(자신이 대립 유전자보다 더 자주 후손에게 전달되도록 조작하는 유전자)'가 작동하면 대립 유전자를 희생시키고 자신의 유전자만 후손에게 전달되도록 조작하는 현상입니다. 이 유전자가 한 번 등장하면, 공정한 동전 던지기는 깨지고, 특정 유전자가 일방적으로 퍼지게 됩니다.

 

1.2. t유전자

그 대표적인 사례가 t유전자입니다. t유전자가 너무 많이 퍼지면, 결국 모든 개체가 t유전자를 두 개씩 물려받게 되는데요, 이 유전자는 두 개가 붙을 경우 개체를 죽이거나 불임시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부 생쥐 개체군이 t유전자의 확산으로 절멸한 사례가 있죠. 이는 자연선택이 개체의 생존이 아니라 유전자의 번식을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3. 생물 개체와 확장된 표현형

유전자는 개체의 몸에서 특정한 형태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면 눈동자 색깔이나 머리카락의 색깔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전자의 영향은 개체의 몸 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유전자는 개체의 행동을 통해 바깥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 예로는 비버가 짓는 댐, 새가 만드는 둥지, 날도래 애벌레가 짓는 집 등이 있습니다

 

1.4. 날도래의 건축물

날도래 애벌레는 하천 바닥에서 돌이나 나뭇조각을 모아서 보호용 집을 짓는데요, 이것은 진화적으로 선택된 생존 전략입니다. 집을 잘 만들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지고,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러한 것을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부릅니다.

 

바닷가재의 껍데기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전자가 직접 만든 신체구조인것처럼, 날도래 애벌레의 집도 유전자가 집을 짓도록 해서 개체를 보호하려는 유전자의 작용입니다.

 

날도래 애벌레는 유전자가 직접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조절하고, 그 행동이 돌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바꾸는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유전자는 개체뿐만 아니라 환경을 조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1.5 . 달팽이의 껍데기

이제는 확장된 표현형 개념을 한 단계 더 확장하여, 유전자가 자신의 몸과 환경을 넘어 ‘다른 생물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합니다.

달팽이는 기생충인 흡충(편충류)에 감염되면, 껍데기가 평소보다 두꺼워집니다. 두꺼운 껍데기는 몸을 보호하기에는 좋지만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달팽이는 새끼를 낳아서 키우는것에 쓸 에너지를 많이 뺏기게 되죠.

 

하지만 이것은 흡충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어차피 흡충은 그 달팽이의 새끼에게 유전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흡충은 그저 이 달팽이의 몸을 오래 유지하는 데 집중할 뿐입니다. 반면에 달팽이의 유전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입고요. 흡충의 유전자가 숙주의 신체를 자기가 원하는대로 바꿔버렸기 때문이에요.

 

1.6. 유약 호르몬과 거세된 게

책에는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하는 사례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 사례 1: 노세마와 거대한 애벌레

  • 노세마는 애벌레의 변태를 억제하는 호르몬을 직접 합성하여, 애벌레 상태를 유지시킵니다.
  • 결과적으로 애벌레는 정상적인 성충보다 2배나 큰 거대한 애벌레가 됩니다.
  • 이 과정은 곤충에게는 해롭지만, 기생자인 노세마에게는 유리합니다.


✔ 사례 2: 사쿨리나와 게 (기생 거세)

  • 사쿨리나는 게의 번식 기관(정소·난소)을 조작하여, 게가 번식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 대신, 게는 번식 대신 생장에만 에너지를 집중하게 됩니다.
  • 게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지만, 기생충은 최대한 많은 영양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는 자신의 개체만을 조작한다고 생각되지만, 기생자의 유전자는 숙주의 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생자는 숙주의 번식을 억제하고, 성장 방식까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
즉, 유전자는 단순히 자신의 개체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의 몸과 행동까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

 

2. 기생자와 숙주

기생충은 보통 숙주에게 해로운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모든 기생충이 숙주에게 해로운 것만은 아니에요. 기생충이 숙주와 '같은 유전적 운명'을 가지게 되면, 기생은 점차 공생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다면, 기생은 어떻게 공생으로 변할까요? 기생자의 유전자가 숙주의 유전자와 함께 후손에 전달된다면, 점차 공생자로 변하게 됩니다.

 

2.1. 히드라와 조류

✔ 기생자 조류 (히드라 불가리스 & 아테뉴아타)

  • 히드라의 건강을 해치지만, 히드라의 알을 통해 번식하지 않음.
  • 히드라의 유전자와 운명이 다르므로 협력할 이유가 없음.

✔ 공생자 조류 (클로로히드라 비리디시마)

  • 히드라의 생존을 돕고 산소를 공급함.
  • 히드라의 알을 통해 번식하므로, 히드라와 유전자 운명이 동일함. 따라서 기생이 공생으로 변함.
    ➡ 즉, 기생자의 유전자가 숙주의 유전자와 동일한 번식 경로를 가지면 공생자가 됩니다.

유전자들이 협력하는 이유는 ‘같은 번식 경로’를 공유하기 때입니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가 ‘다른 번식 경로’를 찾으면 협력이 깨질 수도 있어요. 즉, 생물 개체의 통합성과 유전자 간 협력도 ‘같은 출구(번식 경로)’를 공유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2. 반란 유전자 절편

유전자 중에는 염색체의 일부로 존재하지 않고 세포 내를 자유롭게 떠다니며 증식하는 유전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유전자들은 반란 유전자 혹은 기생 유전자로 볼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플라스미드(plasmid) 입니다.
즉, 플라스미드는 정통적인 유전 경로(정자·난자)를 따르지 않고 ‘샛길’을 통해 이동하는 유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전파될까요?
_기생 바이러스처럼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여 감염을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_인간의 세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 다른 인간에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_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병원균이 성욕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유전자는 자신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를 ‘바라지만’, 어떤 유전자는 정통적인 방식(정자·난자)을 따르고, 어떤 유전자는 비정통적인 방식(감염, 세포 이동 등)을 따릅니다.


우리 몸의 유전자들도 결국 서로 협력하면서도, 더 많이 복제되기 위해 경쟁하는 관계일 수 있습니다. 기생 바이러스와 반란 유전자는 결국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지도 모르죠. 따라서 유전자는 단순한 ‘생물학적 코드’가 아니라, 스스로를 증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복제자로 볼 수 있습니다.

 

2.3. 비버의 댐

비버는 강에 나무를 쌓아 댐을 만듭니다. 이 댐 덕분에 호수가 생기고, 비버는 포식자로부터 보호받으며, 나무를 쉽게 운반할 수 있습니다. 이 호수는 비버의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해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비버의 이빨, 꼬리처럼, 비버가 만든 호수 또한 유전자의 표현형 중 하나입니다.
즉, 유전자의 영향력은 개체 내부나 가까운 환경을 넘어, 수백 미터에 이르는 호수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4. 뻐꾸기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

기생자는 반드시 숙주의 몸 안에서 살아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맡긴 후 떠나지만, 그 유전자는 여전히 숙주의 행동을 강력하게 조종합니다.

뻐꾸기의 유전자는 숙주의 둥지에서 ‘확장된 표현형’을 발현합니다.


✔ 양부모(숙주)가 뻐꾸기 알을 자기 알처럼 품도록 조종
✔ 뻐꾸기 새끼가 숙주 새끼보다 훨씬 크지만, 양부모가 계속해서 먹이를 제공하도록 유도
✔ 뻐꾸기 새끼의 ‘빨갛게 벌린 입’이 숙주의 본능을 자극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먹이를 주게 만듦

이 과정은 단순한 ‘속임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뻐꾸기의 유전자가 숙주의 신경계를 직접 조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조류학자들은 이를 ‘초자극(hyperstimulus)’, 혹은 마약 중독과 같은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숙주는 뻐꾸기의 조작을 저항하지 않을까요?


자연선택이 작용할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음 → 뻐꾸기가 최근에 특정 숙주 종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면, 아직 저항할 돌연변이가 충분히 생겨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군비 경쟁에서 ‘불공정한 게임’이 진행 중 → 숙주가 실패해도 한 번의 번식 기회를 잃을 뿐이지만, 뻐꾸기 새끼가 실패하면 바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즉, 뻐꾸기의 유전자에게는 실패의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에, 훨씬 강한 선택 압력이 작용한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뻐꾸기의 유전자도 숙주의 행동을 ‘원격 조종’하는 확장된 표현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기생충이 숙주의 몸속에서 호르몬이나 신경계를 조작하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뻐꾸기 새끼의 빨갛게 벌린 입,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저항할 수 없이 먹이를 주는 양부모의 행동—이 모든 것이 뻐꾸기 유전자가 만들어낸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5. 개미 '뻐꾸기'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맡기고 사라지는 것처럼, 일부 개미 종도 다른 개미의 사회에 침투하여 숙주의 행동을 조종합니다. 특히 보스리오메멕스라는 개미는 더욱 극적인 방식으로 숙주 개미를 지배하여 사회적 구조를 바꿉니다.

✔ 기생 개미의 여왕은 숙주의 개미집에 몰래 침투합니다.
✔ 숙주 여왕을 발견하면 등에 올라타 머리를 천천히 잘라버립니다.
✔ 숙주 여왕이 사라지면, 일개미들은 자연스럽게 기생 개미의 여왕을 섬기게 됩니다.
✔ 기생 개미의 알과 애벌레가 점점 숙주의 개체군을 대체합니다.

개미를 경호원으로 조종하는 나비 애벌레도 있습니다. 일부 나비 애벌레는 개미 사회를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는 ‘경호원’을 확보합니다.

✔ 애벌레는 개미를 부르는 발음 기관을 가지고 있어, 개미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도록 유도합니다.
✔ 꽁지 부분에서 단물을 분비하여 개미가 이를 핥게 함으로써 보호 본능을 자극합니다.
✔ 심지어 화학 물질(마약과 같은 페로몬)을 방출하여 개미들의 공격성을 증가시킵니다.
✔ 개미들은 극도로 공격적인 상태가 되어 주변의 적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지만, 정작 나비 애벌레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습니다.
✔ 마약에 중독된 개미들은 애벌레 주변을 떠나지 않고 계속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전자 조작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이 사례들을 보면, 유전자가 그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단순히 개체의 몸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처럼 유전자의 표현형은 숙주의 신체를 넘어, 사회적 행동과 생태계의 일부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즉, 기생자는 단순히 생물학적 ‘침입자’가 아니라, 숙주의 사회와 행동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존재일 수 있는 것이죠.

 

2.6. 확장된 표현형의 중심 정리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극단적이지만, 실제로 자연에는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개체를 더 온건하게 조종하는 생물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생물의 행동을 조종합니다.
  • 그 조종의 대상은 같은 몸(자신이 속한 개체)일 수도 있고, 다른 개체(숙주)일 수도 있습니다.
  • 유전자가 어디에 위치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자연선택은 유전자가 더 많이 증식할 수 있도록 환경과 행동을 조작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유전자가 어디에 존재하든 상관없이, 생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3. 유전자냐 개체냐

태초의 유전자들은 원시 수프에서 자유롭게 복제하며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유전자들은 세포 안에서 협력하며 거대한 생명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전자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대신, 서로 협력하며 개체를 형성하게 되었을까요?

1️⃣ 유전자들은 왜 세포를 형성했는가?

 

유전자들은 혼자 존재하는 것보다 세포라는 공통의 운반자(번식 경로)를 공유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 세포 안에서 협력하면 유전자들은 균등한 기회로 번식할 수 있었습니다.
✔ 공정한 감수 분열을 통해 모든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 이렇게 협력하는 유전자들은 개별적으로 떠다니는 유전자보다 생존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즉, 세포는 유전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협력의 결과물입니다.


2️⃣ 세포는 왜 모여서 개체를 만들었는가?

유전자가 세포를 만들었듯이, 세포들도 모여 다세포 생물(개체)을 이루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전자들이 번식 기회를 균등하게 가질 수 있도록, 개체가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 개체 내의 모든 유전자는 동일한 번식 경로(정자 또는 난자)를 공유합니다.
✔ 따라서 서로 협력할 유인이 생기며, 개체를 이루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즉, 세포들이 모여 개체를 형성한 것은, 유전자들이 공정한 번식 기회를 가지기 위한 진화의 산물입니다.

 


3️⃣ 왜 '개체'는 유전자의 운반자가 되고, '무리'는 왜 유전자의 운반자가 될 수 없는가?

개체 내부에서는 모든 유전자가 공정한 감수 분열을 거치므로 협력할 유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체와 개체 사이의 유전자는 서로 다른 번식 경로를 가지므로, 협력보다 경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늑대 개체 vs. 늑대 무리
✔ 늑대 한 마리 내부의 유전자들은 모두 공정한 감수 분열을 거쳐 번식 기회를 가집니다.
✔ 그러나 늑대 무리에서는 각 개체의 번식 기회가 다르므로, 협력보다 경쟁이 더 많이 일어납니다.
✔ 결과적으로, 개체는 협력하지만 무리는 완전한 협력체가 되지 못합니다.

예외: 벌과 개미
✔ 벌과 개미는 여왕의 생식 경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마치 하나의 개체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 즉, 번식 경로가 같을 때만 개체 간 협력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4️⃣ 따라서, 유전자가 만든 최적의 생존 시스템은 개체

✔ 유전자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협력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 그래서 세포를 만들었고, 세포들이 모여 개체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 하지만 개체 간에는 번식 경로가 다르므로, 협력보다 경쟁이 일어납니다.

즉, 개체는 유전자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최적의 생존 시스템입니다.

3.1. 유전자는 왜 집단을 형성했는가?

사실, 유전자들은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유리했기 때문에 집단을 형성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제약회사에서 한 가지 쓸만한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쓸만한 화학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여러가지 물질을 만들어야만 하죠.

 

유전자는 단백질(효소)를 만들어서 몸의 화학 반응을 만들어내는데요, 단 한가지의 효소만으로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복잡하고 어려운 화학반응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러 유전자가 함께 연속적인 화학 반응을 만들어야만 하죠.
➡ 즉, 유전자들은 협력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결국, 유전자들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죠.

3.2. 세포의 무리

원시 생명체는 단세포 생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포들은 뭉쳐서 다세포 생물이 되었습니다. 이도 역시 세포가 무리를 이루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인데요, 코끼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코끼리처럼 몸집이 커지면 생존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 작은 생물처럼 포식자에게 쉽게 잡아 먹히지 않고,
✔ 작은 생물을 사냥할 수도 있으며,
✔ 외부 환경으로부터 더 잘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세포들이 뭉치면 단순히 ‘크기’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세포들이 특수화(분업화) 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생존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분업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 감각 세포 → 먹이를 찾는다.
✔ 근육 세포 → 이동하거나 먹이를 잡는다.
✔ 소화 세포 → 먹이를 분해하여 흡수한다.
✔ 신경 세포 → 모든 세포가 협력하도록 신호를 전달한다.

즉, 세포가 무리를 이루면서 더 ‘효율적인 생명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여기서 신기한 점은, 모든 세포는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데 어떻게 다른 역할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스위치'가 켜지냐, 꺼지냐에 달려 있습니다. 각 세포마다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죠.

3.3. 병목형 생활사

모든 다세포 생물은 단세포 상태(수정란)에서 시작합니다. 이후 세포 분열을 거쳐 성장하고, 성체가 되면 다시 단세포(정자·난자)로 돌아가 번식하죠. 즉, ‘단세포로 시작 → 다세포 성장 → 단세포로 번식’ 과정이 병목형 생활사입니다.

하지만, 왜 모든 생물이 이런 방식으로 번식할까요? 만약 개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새로운 개체가 된다면, 병목형 생활사는 필요 없지 않을까요? 이제 병목형 생활사가 진화적으로 선택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 병목형 생활사의 3가지 이유 |

1️⃣ ‘제도판으로의 회귀’ – 유전적 리셋 기능

✔ 병목형 생활사는 모든 세포가 단일 세포(수정란)로부터 출발하도록 만든다.
✔ 수정란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개체 전체에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
✔ 만약 몸의 일부가 떨어져 번식하는 방식이라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중구난방으로 퍼져 개체마다 차이가 심해질 것이다.

 

➡ 병목을 거치면서 모든 세포가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지게 되어, 안정적인 유전적 리셋이 가능해집니다.


2️⃣ ‘주기의 규칙성’ – 생장과 번식의 최적화

✔ 생물이 번식하는 데 가장 적절한 시기가 있다.
✔ 병목형 생활사는 일정한 생장 주기를 거치도록 유전자 활동을 조절할 수 있게 한다.
✔ 즉, 유전자가 ‘언제 어떤 기능을 발현해야 하는지’ 스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 병목을 통해 번식 시기를 최적화하고, 개체가 충분히 성장한 후 번식하도록 조절할 수 있습니다.


3️⃣ ‘세포의 획일성’ – 협력의 극대화

✔ 병목을 거치면서 모든 세포가 동일한 유전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 따라서 각 세포는 개체 전체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
✔ 만약 번식이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면, 일부 세포가 자기만 살아남으려 할 수도 있다.

➡ 병목을 통해 모든 세포가 협력하도록 유도하여, 개체의 생존력을 극대화합니다.

3.4. 불멸의 자기 복제자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는 자기 복제(Self-Replication) 를 통해 지속됩니다. 약 40억 년 전, 원시 지구의 ‘화학적 스프’ 속에서 우연히 자기 복제 능력을 가진 분자가 등장했습니다. 이 복제자는 환경 속 화학 물질을 이용해 자신의 사본을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복제 오류(돌연변이) 가 발생하며 변이가 나타났습니다.

모든 복제자가 동일한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복제하는 자기 복제자 → 생존 & 번식 성공
  • 복제 능력이 낮거나 오류가 많은 자기 복제자 → 도태 & 소멸

즉, 자기 복제자들 사이에서도 경쟁과 자연선택 이 이루어졌고, 더 효율적인 복제 전략을 가진 복제자들이 점차 살아남았습니다. 더 많은 생존 전략을 개발한 복제자들이 경쟁에서 유리해졌죠.

✔ 협력 전략 – 여러 자기 복제자들이 함께 모여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
✔ 환경 조작 전략 – 복제자가 세상을 바꾸어 생존율을 높였다.
✔ 다른 개체 조작 전략 – 복제자가 다른 생명체까지 통제했다.

예를 들어,

  • 비버의 댐 – 유전자가 환경(하천)을 조작하여 생존율을 높인다.
  • 기생충의 행동 조종 – 기생자가 숙주의 행동을 바꿔 자신의 생존을 극대화한다.

보통 우리는 유전자의 표현형이 개체의 몸 안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유전자는 몸을 넘어 환경과 다른 개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유전자들은 개체의 몸을 뛰어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 합니다.
세상 전체가, 유전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들의 집합체 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 모든 생명체의 본질은 자기 복제자들의 경쟁과 협력 속에서 만들어졌다.
🌟 자기 복제자는 개체의 생존뿐만 아니라 환경을 조작하고, 다른 생명체까지 통제한다.
🌟 결국, 생명은 단순한 개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복제자의 흐름이다.

즉, 우리는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유전자들이 만든 하나의 거대한 생존 기계인 셈입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단순한 개체 내부의 코드가 아니라, 환경과 다른 개체까지 조종하는 강력한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 유전자는 개체를 프로그래밍한다.
✔ 유전자는 개체의 행동을 통해 환경을 조종할 수 있다.
✔ 유전자는 숙주의 행동까지 원격 조종할 수 있다.
✔ 유전자는 공정한 번식 시스템을 위해 개체를 형성했다.
✔ 병목형 생활사는 유전자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이다.

유전자는 개체를 넘어서 세상 전체를 변화시키는 복제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유전자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네트워크이며, 결국 우리도 유전자들이 설계한 하나의 생존 기계라는 것이 이번 이기적 유전자 13장의 내용입니다. 이로써 이기적 유전자의 마지막장 정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