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벌, 말벌 등 사회성 곤충들은 어떻게 집단을 이루고 살아갈까요? 이타적으로 보이는 사회성 곤충의 집단생활 또한 이기적 유전자의 전략적 결과입니다. 이기적 유전자 10장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개체 간의 협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까지 살펴봅니다
| 목차 |
1. 집단 형성이 주는 이익
_1.1 이기적 무리
_1.2 경계음
_1.3 가젤의 높이뛰기
2. 사회성 곤충
_2.1 일꾼들은 불임이다
_2.2 번식과 분업
_2.3 벌목 곤충의 성 결정 시스템
_2.4 벌목 곤충의 성비 결정
_2.5 노예 사역 개미
_2.7 농장과 가축
_2.8 상리 공생
1. 집단 형성이 주는 이익
많은 동물들은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습니다. 새들도, 곤충도, 물고기과 고래도 떼를 지어 다니죠. 왜 그럴까요? 책에서는 무리를 지어 산다면 그들의 유전자는 투입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먹이를 잡을 때 혼자 사냥을 하는 것보다 떼 지어 사냥하는 것이 훨씬 큰 먹이를 잡을 수 있습니다. 황제펭귄은 서로 몸을 맞대서 열을 보존하며, 물고기는 앞의 개체가 만든 물결 덕분에 유체역학적으로 더 유리하죠. 이러한 예들은 자연에 수도 없이 많습니다.
1.1 이기적 무리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 집단생활을 한다는 주장은 가장 많이 제안되는 아이디어입니다. 만약 어떤 동물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먹이를 쫓는 습성을 가진 천적을 만났다고 상상해보죠. 그렇다면 피식자는 언제나 포식자의 가까이에 있지 않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 결과, 현명한 개체들을 무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하지 않으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만일 자기가 가장자리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는 중심으로 이동을 하겠죠. 그렇게 중심에는 밀집된 덩어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무리가 형성되고 점점 더 밀집되겠죠.
다른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무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개체를 이기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무리가 생가는 것입니다.
1.2 경계음
하지만 때로는 다른 개체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새의 경계음이 그렇습니다. 동료들은 경계음을 들으면 즉시 도망칩니다. 하지만 경계음을 내는 새는 포식자의 표적이 되겠죠. 그래서 새의 경계음은 발신 지점을 알아차리기 힘든 특성이 있습니다. 포식자가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찾기 힘들게끔 말이죠. 경계음은 그렇게 진화했습니다.
다른 이론도 살펴보죠. 멀리서 매 한마리가 날아옵니다. 매는 아직 새 무리를 보지 못했습니다. 눈이 좋은 어떤 새가 매를 발견했고, 그 새는 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만 숨으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다른 새들이 매의 눈에 띄면 자기도 역시 위험에 처할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최선의 방책은 동료에게 빨리 경고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될 수 있겠죠.
만약 이 새가 혼자만 매를 발견하고 풀썩 날아올랐다고 합시다. 그럼 그 새는 지금은 살아남을지 몰라고 외톨이가 되어버립니다. 무리를 이탈하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그에게 최선책은 다른 동료들도 함께 날아오르도록 부추주는 것입니다.
위의 몇 가지 예에서 살펴봤듯 새의 경계음은 이타적이 행위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경계음을 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 되어버리니까요.
1.3 가젤의 높이뛰기
하지만 영양의 높이뛰기는 좀 다릅니다. 이것은 분명히 포식자를 도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젤의 높이뛰기는 포식자에 대한 신호가 맞습니다. 가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자! 나는 이렇게 높이 뛴다. 이렇게 활기차고 건강한 나를 잡는 건 네게 무리야. 나만큼 높이 뛸 수 없는 다른 영양을 쫓으라고!" 이러한 허세를 부리면 포식자에게 쉽게 먹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가젤의 높이뛰기도 이타주의와는 관계가 멉니다. 포식자가 다른 개체를 쫓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니까요.
2. 사회성 곤충
꿀벌은 높은 사회성을 가진 동물입니다. 이러한 곤충에는 말벌, 개미 등이 있는데요, 이들의 협동과 이타주의는 전설적입니다.침을 쏘면 죽을 걸 알면서도 적에게 침을 쏘는 꿀벌이나, 평생 배에 다른 개미들의 먹이인 꿀을 저장하는 일개미에게 개체로서의 삶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차라리 그들의 공동체 자체가 오히려 하나의 개체처럼 작동하지요.
예를들면, 사회성 곤충 공동체 내 대부분의 일꾼들은 불임인데 일부 생식이 가능한 곤충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개체의 난소나 정소의 생식세포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나머지 일꾼들은 간이나 근육 등 다른 세포들의 기능을 담당하고요.
2.1 일꾼들은 불임이다
보통 동물들을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서 자식을 낳거나, 혈연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곤충 내 일꾼들은 자식을 만들지 않아요. 일꾼들은 모든 노력을 혈연자를 돌보는데 씁니다. 먹이를 준비하고 보호하는 일을 전적으로 담당하죠. 반면에, 번식능력이 있는 수컷과 암컷은 자식 생산 이외에 일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2.2 번식 분업
이들은 아이를 낳는 자와 아이를 키우는 자로 나뉘어있습니다. 물론 이들은 혈연관계입니다. 앞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5장, 7장)고 언급했으나, 저자는 이것이 실제로 벌어진 것은 사회성 곤충뿐인 것 같다고 합니다.
낳는 자든, 키우는 자든, 각자의 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아주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일꾼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효율적인걸까요? 일꾼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여왕개미들이 자기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서 화학 물질로 일꾼을 조종해 자신의 새끼를 돌보게 한다'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책에서는 이를 거꾸로 뒤집습니다. 일꾼은 아이 낳는 개체를 자기의 이익을 위해 '사육'한다고 하죠. 일꾼이 오히려 여왕을 '조종'해 자기 몸 속의 유전자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학자 해밀턴은 벌, 말벌의 경우 새끼에 대한 일꾼의 근연도가 여왕의 근연도보다 실제로 더 높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2.3 벌목 곤충의 성 결정 시스템
개미, 벌, 말벌 등을 포함하는 그룹을 벌목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특이한 성 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벌목 곤충의 여왕은 젊어서 한번 결혼을 하고 그때 평생 동안 쓸 정자를 저장합니다.
이후 여왕은 수년에 걸쳐 정자를 일정량씩 내보내 난자와 수정시키는데요, 모든 난자가 수정되지는 않습니다. 수정에 성공하지 못한 알은 수컷이 되고, 어미의 염색체 한 세트만을 갖게 됩니다. 한편, 수정에 성공한 알은 암컷이되고 아비, 어미 양쪽에서 받은 염색체 두 세트를 갖게 됩니다. 그 암컷 중에서 하나만 여왕이 되고, 나머지는 일꾼이 되는데요, 이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어떻게 자랐느냐로 결정됩니다.
벌목 곤충에서는 수컷이 어미로부터 유전자를 100% 받지만, 어미는 아들에게 유전자의 절반만 물려줍니다. 하지만 자매들은 달라요. 같은 아비로부터 100% 동일한 유전자를 받기 때문에 근연도가 3/4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자매 생산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되죠.
2.4 벌목 곤충의 성비 결정
벌목 곤충의 사회에서는 여왕과 일꾼 사이에 성비를 둘러싼 갈등이 존재합니다. 여왕은 번식 가능한 자식을 1대 1 동일 비율로 낳기를 원하지만, 일꾼의 입장에서는 암컷을 더 많이 키우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에요. 왜냐하면 자매의 근연도가 3/4이므로 자신이 가진 유전자 전파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벌목 곤충의 성비는 여왕이 선호하는 1대1이 아니라, 일꾼이 선호하는 3(암):1(수)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벌목 집단에서는 여왕과 일꾼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며, 대부분의 경우 일꾼이 우세를 점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일개미의 몸은 여왕의 몸보다 힘이 세고, 유전자는 그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할 테니 일꾼이 여왕을 이긴다는 것은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또한 보육원을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성비조절이야 일도 아니겠죠. 하지만 여왕이 일꾼보다 더 힘이 센 무리는 없을까요?
2.5 노예 사역 개미
일부 개미 종은 다른 개미를 노예로 삼아 노동력을 활용합니다. 이들은 오직 노예를 사냥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이를 '노예 사역 개미'라고 부릅니다.
노예 사역 개미는 다른 개미집을 공격해 어린 개체들을 빼앗아 자신들의 집에서 키웁니다. 이 개미들은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청소, 먹이 구하기, 새끼 돌보기 등의 일을 수행하죠.
노예 사역종과 노예 개미들은 혈연관계가 없기 때문에, 노예 사역종의 여왕은 성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일꾼이 사냥을 떠나 보육원을 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노예 개미 사회에서는 암수 성비가 1:1에 가깝게 조정됩니다.
2.7 농장과 가축
수렵채집 생활보다 정착해서 먹이를 양식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사회성 곤충은 인간보다 훨씬 전에 알았습니다.
예컨대 개미 중에는 버섯농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미들은 식물의 잎을 잘게 씹어 만든 퇴비 못자리에 특정 버섯의 씨를 뿌립니다. 일개미는 먹이를 구하는게 아니라 퇴비를 만드는데 필요한 잎을 수집하러 나가죠. 얼마 후 그들은 버섯을 수확해서 먹고, 버섯은 개미를 이용해 포자를 퍼뜨려 증식할 수 있게 됩니다. 개미와 버섯은 상호 이타적 관계를 맺고 있지요.
개미는 가축도 기릅니다. 예를 들면, 진딧물을 들 수 있어요. 진딧물의 꽁지에서는 식물의 즙을 흡수하고 남은 액체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당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미는 그 물이 진딧물의 꽁지에서 나오는 순간 가로채거나, 꽁지를 비벼서 단물을 짜냅니다. 진딧물은 이런 개미가 좋을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진딧물은 개미로 인해서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인간에게 사육되는 젖소가 우유를 주고 인간에게 보호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2.8 상리 공생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 받는 관계를 상리 공생이라고 합니다. 자연에서는 개미와 진딧물처럼 많은 상리 공생 사례가 존재합니다. 이런 관계는 동식물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어쩌면 우리 자신도 그러한 결합체일지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세포 하나하나에는 미토콘드리아라고 불리는 작은 기관이 있는데, 이곳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화학공장입니다. 우리 세포 속에 있는 이러한 미세기관들이 비슷한 세포와 힘을 합친 공생 박테리아일 것이라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유전자 하나하나가 공생 단위체이고, 우리는 그 유전자들의 거대 집합체인 것이죠.
일반적으로 공생 관계는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때 진화합니다. 다만, 실제로 양쪽에 이익이 되는 경우와 한쪽이 다른 쪽을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판별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약 이익의 제공과 이익의 보답 사이에 시간적 차이가 있을 때는 협력이 가능할까요? 먼저 이익을 받은 자는 상대를 속이고 보답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다음 장 '협력의 진화'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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