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9장은 생식세포 크기의 차이에서 시작된 암컷과 수컷의 갈등, 그리고 각자의 생식 전략을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자 하는 이기적 본능이 어떻게 협력과 갈등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왜 암컷이 착취당하기 쉬운 존재로 진화했는지를 설명합니다. 또한, 자식을 키우는 데 있어 부모가 선택하는 전략과 암수 간 갈등의 진화적 근거를 통해 자연선택의 원리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 목차 |
1. 짝 간의 갈등
2. 성의 전략
_2.1 부모의 성비 전략
_2.2 시계추 운동
_2.3 문제는 투자량
3. 이기적인 기계-누가 누구를 착취할 것인가?
_3.1 버려진 암컷의 전략
4. 암컷의 선택
_4.1 가정적인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
_4.2 구애 의식
_4.3 암수의 ESS
_4.4 가정의 행복을 위한 암컷의 방법
_4.5 거짓말과 알아채기
_4.6 현실적인 물고기 아비
_4.7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
1. 짝 간의 갈등
유전자의 50%를 공유하는 부모자식간에도 이해대립이 있는데 완전한 남남인 배우자 사이의 대립은 얼마나 심할까요?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오직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잘 키워내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배우자 각각의 유전자를 다 50%씩 가지고 있으니 부부는 협력해서 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부 각각은 자신의 자원을 가급적이면 자녀양육에게 적게 쓰고, 다른 상대와 교미를해서 더 많은 자식을 낳기를 원합니다. 이런 습성은 주로 수컷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암수가 동등하게 양육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도대체 암컷과 수컷 간에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런 습성이 수컷에게서 주로 관찰되는 걸까요?
한 가지 특징은 생식세포 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수컷의 정자는 크기가 작고 암컷의 난자는 정자에 비하면 매우 크기가 크죠. 그만큼 양분도 많을 것입니다. 암컷이 이미 새끼를 낳는데 수컷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 셈입니다.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교미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새끼들을 낳을 수 있지만, 암컷은 아닙니다. 암컷이 만들수 있는 자식의 수는 정해져 있어요. 즉 한계가 있는것이죠.
2. 성의 전략
여기서는 '동형배우자' 라는 개념에 대해 알고 가야합니다. 이것은 암수 구분이 없는 생식세포를 가져서, 누구와도 새끼를 낳는 게 가능합니다. 이런 동형배우자 상태에서 왜 암컷과 수컷이라는 성별이 생겨났을까요?
모든 생식세포가 쉽게 융합이 가능하고, 크기가 비슷했던 '동형배우자'시기에도 그중에 조금 더 큰 생식 세포가 있었을 겁니다. 이것은 더 많은 양분을 가지기 때문에, 아마 모두들 더 큰 생식세포를 가진 배우자와 융합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배우자는 점점 커지게 되죠. 하지만 이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배우자가 크다면 나는 작아질수록 좋을 수 있습니다. 큰 배우자와 융합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말이죠.
그래서 한쪽은 자신의 생식세포를 커다랗게 만들고, 한쪽은 대형 배우자를 재빨리 찾아다닐 수 있도록 작고 운동성이 좋은 것으로 자연선택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성 전략'이 진화된 것이죠.
2.1 부모의 성비 전략
언뜻 생각해보면 수컷이 너무 쓸데없어 보입니다. 이론적으로 수컷 하나는 암컷 1백 마리 정도를 상대할 수 있는 정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분에 수컷 보다 암컷의 수가 백 배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알다시피 현실의 암수의 수는 거의 같게 됩니다. 이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부모에게 아들이나 딸을 얼마나 낳을 것이지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만약 딸만 낳도록 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죠. 암컷이 많아진다고 해도 정자는 소수의 수컷이 감당할 수 있으므로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아들'을 가지고 있는 부모가 얼마나 엄청난 유전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지를 상상해 보세요. 부모가 딸만 낳을 경우는 몇 명의 손자만 보게 되지만, 아들만 낳을 경우에는 엄청난 숫자의 손자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아들을 낳게 하는 유전자가 점차 증가하겠죠?
2.2 시계추 운동
이와 같이 남 녀의 성별은 시계추의 운동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어떤 안정한 상태를 이뤘을 것입니다. 아들과 딸을 같은 수로 낳는 이 전략에서 벗어나는 유전자는 손해를 입게 되니까요. 그러므로 동일한 성비는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의 결과입니다.
2.3 문제는 투자량
그럼 이제, 부부가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을 낳았다고 가정해 보죠. 이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먹이 등 자원이 필요할텐데 부모는 자원을 아들과 딸에게 공평하게 투자할까요? 만약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그쪽으로 치우친 성비도 진화적으로 안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다코끼리 같은 경우, 아들을 크고 강하게 키워서 자식이 수많은 암컷을 거느릴수 있게 된다면 아마 그런 전략을 쓰겠죠. 하지만 이것은 특수한 경우일 뿐이고, 보통은 딸과 아들에 대한 투자량은 거의 동일하고 성비도 거의 같습니다.
3. 이기적인 기계- 누가 누구를 착취할 것인가?
암컷이든 수컷이든 그 안에 들어있는 이기적 유전자는 그 몸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유전자라도 암컷인지 수컷인지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발현될 수 있습니다.
한 예를 살펴볼게요. 암컷과 수컷 모두 자식을 낳기를 바라지만,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암컷이든 수컷이든 자식에게 자원을 덜 쓰면 남는 자원으로 다른 자식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러니 양육에 투자를 가능한 한 적게 하려고 할 것입니다. 상대 배우자에게 아이를 더 많이 돌보게 하고, 자신은 다른 파트너와 새로운 자식을 얻는게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컷은 수컷보다 이 전략을 실행하기 힘들어요. 왜냐면 처음부터 수컷보다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암컷이 새끼를 수컷에게 버리고 가면 이 수컷이 아이를 잘 키울까요? 아니면 자식을 버리고 다른 암컷과 교미를 하러 떠날까요?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결국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며 이는 난자가 정자보다 큰 것을 진화적 근거로 볼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3.1 버려진 암컷의 전략
짝에게 버려진 암컷은 어떤 전략을 취할까요? 어쩌면 다른 수컷을 속여서 그에게 친자처럼 입양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컷은 이것에 속지 않기 위해서 '브루스 효과'를 씁니다. 이것은 수컷이 새로운 암컷을 취한 후 잠재적 의붓자식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것이에요. 이 효과는 쥐에서 알려졌는데, 수컷이 분비하는 어떤 화학물질이 임신 중인 암컷을 유산시킨다고 합니다.
수컷은 의붓 자식을 죽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구애 기간을 늘려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고 암컷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버림받은 암컷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가능한 빨리 유산시키고 새로운 배우자를 찾는다
- 끝까지 참고 혼자서 자식을 키운다
- 거절 당하기 전에 수컷을 먼저 차버린다.( 이것은 자식이 어느 정도 커서 수컷이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며, 수컷 또한 아이에게 투자한 것이 많아 아이를 쉽게 버릴 수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4. 암컷의 선택
버림받은 암컷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살기 위한 몸부림일뿐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애초에 버림받지 않고 착취당하지 않을 수컷을 고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1 가정적인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
암컷은 수컷을 장기간 관찰하면서 성실함과 가정적인 성격을 미리 따져볼 수 있습니다. 수컷을 오래 관찰하기 위해 암컷은 그 기간동안 접촉을 거부하고 수줍어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수컷은 배우자가 될 수 없습니다. 암컷은 이와같이 긴 약혼 기간을 가지면서 변덕스러운 구혼자를 골라내고 성실하고 인내심 강한 수컷과 교미를 합니다.
4.2 구애 의식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하면서 적지 않은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을 짓거나 먹이를 잡아다주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하죠. 무엇보다 수컷을 구애를 하는 동안 다른 암컷과 교미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며, 암컷이 교미를 허락할 때쯤이면 그는 지금의 암컷에게 매우 공을 많이 들인 상태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수컷은 공들인게 아까워서 암컷을 버리지 않을까요? 다른 암컷은 이렇게 긴 약혼기간을 요구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암컷이 아무리 '지연'전략을 쓴다고 해도 모든 암컷이 같은 전략을 쓰지 않는 이상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4.3 암수의 ESS
지금까지 논의된 암컷과 수컷의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 (암컷) 조신형: 수컷이 길고 힘든 구애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교미하지 않는다.
- (암컷) 경솔형: 누구와도 즉시 교미한다.
- (수컷) 성실형: 장기간 구애를 할 인내력이 있고, 교미 후에도 암컷 곁에서 양육을 돕는다.
- (수컷) 바람둥이형: 암컷이 즉시 교미에 응하지 않으면 다른 암컷을 찾아간다. 교미가 끝나면 아비 역할을 하지 않고 새 암컷을 찾아 사라진다.
책에서는 각 전략의 비용과 이익에 대한 가상의 수치로 계산을 하는데요, 그 결과 이 시스템이 암컷의 5/6가 조신형, 수컷의 5/8가 성실형으로 된 개체군이 진화적으로 안정하다고 합니다. 물론 이 결과는 임의적 수치로 얻은 결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안정한 상태에 이르며, 그 비율에서 벗어날 경우는 불리해지고, 그때문에 ESS는 유지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조신형 암컷과 성실현 수컷이 대부분인 개체군이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4.4 가정의 행복을 위한 암컷의 방법
암컷은 수컷에게 교미 전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둥지 짓기를 요구하거나, 수컷으로부터 먹이를 받죠. 마치 새끼처럼요. 이것은 일종의 암컷의 퇴보현상으로 보는데, 성인여성이 아이처럼 말할때 남성이 귀여워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수컷의 구애 기간 동안에 암컷은 거대한 알을 만들기 위한 영양소를 모으기 때문에 많은 음식이 필요합니다. 사마귀의 경우는 매우 섬뜩합니다. 불운한 수컷 사마귀는 암컷에게 먹이가 되어, 난자 생성을 돕고는 암케의 체내에 저장되어 있던 자신의 정자를 수정시킵니다.
4.5 거짓말과 알아채기
바람둥이 수컷이 성실하고 가정적인 척을 하면 매우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암컷 또한 그런 거짓말을 알아채는 유전자를 선호하겠죠. 일반적으로 배우자의 거짓말을 감지하는 능력은 자연선택에 의해 예민하게 단련되어 있어 대규모 사기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사기를 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암컷보다 수컷이 큽니다. 새와 포유류에서는 수컷보다 암컷이 더 일하고 도피성향도 낮은 모습이 흔하게 보입니다.
4.6 현실적인 물고기 아비
하지만 어류에서는 암컷보다도 수컷이 자식을 돌보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왜 그럴까요?
육상동물의 경우에는 체내수정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암컷의 몸에 머물지만, 수생 동물의 경우에는 물속에 생식세포를 방출합니다. 난자는 비교적 무거워서 한동안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반면, 정자는 가벼워서 금방 흩어져 버려요. 그래서 암컷 물고기는 난자를 방출하고 떠나가버릴 수 있어요. 수컷은 그 다음에 정자를 방출하고 새끼를 키울것이나 버릴것이냐를 고민하게 되죠. 버려진 육상 암컷 동물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이죠.
4.7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
암컷은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습니다. 자식들의 생존을 도울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은 암컷은 양질의 유전자를 찾으려고 하죠. 그래서 가장 좋은 유전자를 가진 소수의 수컷은 여러 암컷과 쉽게 교미합니다. 수컷들이 제공하는 것은 수많은 정자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 일을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9장은 생식과 번식을 둘러싼 암컷과 수컷의 협력과 갈등을 다루며, 생식세포 크기의 차이와 투자 전략, 그리고 이로 인해 진화한 다양한 생식 행동을 설명합니다. 암컷과 수컷 간의 전략적 선택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며, 서로를 속이고 속지 않으려는 과정 속에서 자연선택이 작용해왔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갈등과 협력은 결국 특정한 비율에서 안정된 상태(ESS)를 이루며, 생물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원리로 작용합니다. 이 흥미로운 생물학적 이야기는 우리가 본능이라고 여겨왔던 행동의 뿌리를 이해하게 해줍니다. 다음 장에서 아직 다루지 못한 9장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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