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7장 가족계획에서는 자연선택이 가족계획과 동물의 출생률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영역성과 순위제를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
생존기계는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라는 두 종류의 행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는 하나의 개체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 또는 여러 자원을 놓고 어느 정도 경합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개체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하죠. "이 아이를 키울 것인가, 아니면 새로 하나를 낳을 것인가?"
이번 장에서는 새로운 개체를 출산할 것인가 출산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할 때 생존 기계가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개체 수 조절과 인구문제
윈-에드워즈는 개개의 동물이 집단전체를 위해서 의도적이고 이타적으로 스스로 출생률을 감소시키다고 주장했는데요, 이것은 그 시대에는 아주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왜냐하면, 부부가 자녀를 둘 이상 낳을 경우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인구가 빠른 시간 내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아마 인간도 집단전체를 위한 이타적 행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_인구조절
도킨스는 인구에 대한 가설적인 계산을 하나 합니다. "현재 라틴아메리카 인구는 약 3억 명이며, 현재 속도로 인구가 증가할 경우, 500년 내에 대륙 전체가 인구로 가득 차게 되고, 1,000년 후에는 사람들 위로 100만 명이 겹쳐 쌓일 것이다. 2,000년 후에는 인간이 우주의 끝에 도달할 만큼 팽창할 것이다."라고 하죠. 현실에서는 기아, 전염병, 전쟁 등이 인구 증가를 저지할 수는 있지만, 식량생산 증가와 의료 진보가 인구를 증가시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걱정을 하겠죠. 긴 시간 후에 인류는 인구과잉으로 비극적 삶을 살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유전자가 그런 걱정 때문에 번식을 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니까요.
윈-에드워즈의 주장은 집단을 위해서 개인을 희생하는 진정한 이타적 산아 제한이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_동물의 개체 수 조절
야생동물의 개체 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만큼 천문학적으로 늘지 않으며, 어떤 동물이라도 새끼를 무제한 낳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동물의 출생률이 조절되는가, 조절되지 않는가가 아니라 '동물의 출생률이 왜 조절되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자연선택을 통해 어떻게 가족계획이 진화했을까요? 윈-에즈워드는 구성원인 개체가 자기 출생률을 제한하는 집단은, 구성원이 너무 빨리 늘어나서 먹이가 적어지는 경쟁 집단에 비해서 절멸가능성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_영역성
많은 동물들의 어떤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씁니다. 이런 지역을 영역 또는 세력권이라고 하죠. 이 '영역'은 먹이처럼 실질적 목표물이 아니라 특권을 보증하는 표식처럼 (오늘날로 치면 명품 같은 것과 비슷할 수도 있겠습니다) 작용해 짝짓기에도 유리한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면 영역을 갖지 못하는 수컷들이 번식을 할 수 없게 되죠. 또한 개체군 전체가 낳을 수 있는 새끼의 총 마리 수는 이용 가능한 영역의 수에 의해 제한됩니다.
_순위제
순위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많은 동물들은 자신의 서열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 질 것인지 등을 학습하고 자신의 순위를 가늠하며, 이에 맞게 행동합니다.
자연학자들은 이에 대해 '하나의 사회적 계층 질서로서, 모드 개체가 자기의 지위를 알고 있으며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생각지도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죠. 여기서 순위가 높은 개체는 영역이 넓은 개체와 같이 번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윈-에드워즈는 이 결과 개체 수가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영역이나 순위를 이용해서 실제로 굶어 죽는 새끼가 발생할 수준보다 약간 적게 개체수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죠.
_현시 행동
많은 동물들은 많은 시간을 큰 무리 속에서 지냅니다. 날벌레들은 여름날 떼를 지어서 윙윙거리죠. 이러한 무리 짓기 행동이 자연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윈-에드워즈는 이것을 개체군이 밀도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마치 항온장치에 온도계가 달려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윈-에드워즈는 이것을 현시행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윈-에드워즈의 주장이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일면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이에 대한 증거가 별로 타당하지 않으며, 그가 주장한 모든 것은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가족계획 이론
새는 어느 종류든 그 종에 고유한 수의 알을 낳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입장에서 가정을 해 봅니다.
- 알을 두 개만 낳게 하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 알을 세 개 또는 네 개 낳게 하는 대립 유전자가 있습니다.
- 이제 유전자 풀 속에서 그 수를 늘려갈 유전자는 어떤 것일까요?
- 단순히 생각하면 알을 많이 낳는 게 좋아 보입니다.
- 하지만 알을 많이 낳을수록 돌봐야 할 새끼도 많아집니다.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죠.)
- 따라서 어떤 환경 조건에서 최적인 한 뱃속의 알 수가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라는 결론을 냅니다.
윈-에드워즈는 여기서 집단 전체의 관점에서 최적의 수라고 할 것이고, 랙은 어미가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최적의 수라고 할 것입니다. 랙(생태학자 데이비드 랙)은 자기가 낳은 새끼들 중 살아남는 새끼 수를 최대화하기 위해 산아제한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한 마리의 어미새 또는 한 쌍의 짝이 구할 수 있는 먹이와 자원의 총량이 그들이 키울 수 있는 새끼 수를 결정하는 제한 요인이 되는 거죠. 자연선택은 이런 한정된 자원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배의 새끼 수를 조정한다고 합니다.
_합리적 출산
새끼를 너무 많이 낳는 게 불리한 이유는 개체군이 절멸해서가 아니라, 단지 내 새끼들 중에 살아남는 새끼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새끼를 많이 낳게 하는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 많이 전달되지는 않는 거죠.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현대 문명에는 '복지국가'라는 것이 있어서 자연 상태에서는 키울 수 있는 수 이상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생겨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자연 상태에서는 자제를 모르고 방종을 가져오는 유전자는 즉시 벌을 받게 되는데 (아이들이 굶주리게 되므로) 우리 인간은 그렇지 않다고, 이런 특권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_영역과 번식 면허
윈-에드워즈의 주장에 따르면 영역을 갖지 못한 낙오자들은 무대옆에서 대기하는 대역과 같습니다. 영역 소유자가 죽었을 때 그 자리를 꿰차는 것이죠.
이것도 이기적 유전자 입장에서 설명이 가능합니다. 도박꾼으로서 유전자는 공격전략이 아니라 관망 전략이 더 나을 수 있으니까요. 동물의 가장 좋은 결정은 현재에는 일단 자제하고, 장래에 더 좋은 기회에 희망을 거는 것입니다. 하렘을 독차지한 개체에게 덤벼드지 않는 바다표범들처럼요.
_개체군 과밀과 출생률 감소
개체군이 너무 과밀하면 출생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자연선택 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가요?
이것은 앞에서 랙이 주장한 것과 같이 과밀하면 먹을 것이 적어지고 때문에 자기의 새끼가 많으면 그중 살아남는 새끼가 적을 것이기 때문에 '꼭 맞는 수'를 낳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인 것입니다.
_현시 행동과 밀도 조사
이 또한 이기적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데, 날벌레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개체의 밀도나 수 파악을 위해서든 아니든, 암컷은 그것으로 자신의 한 배 알 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유전자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_보 제스트 효과
만약에 1)날벌레가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개체군 밀도를 추정하기 위해서라는 추정이 맞다면, 2) 그것을 근거로 자기의 한 배 알 수를 감소시켰다면, 3) 실제 밀도가 어떻든 경쟁자에 대해서는 개체군이 굉장히 큰 것처럼 꾸미는 게 유리할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 한 마리가 두 마리 또는 세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게끔 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죠. 프랑스 외인부대가 이와 같은 전술을 활용한 장면이 나오는 소설이 있는데요, 그 소설의 이름을 따서 이것을 ' 보 제스트 효과'라고 합니다.
이 장에서 우리의 결론은, 부모동물들은 자신의 가족계획을 하는데 그 이유는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쓰는 것이죠.
다음장에서는 가족 내부에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내용을 다뤄보겠습니다. 어미가 자기 새끼를 공평하게 대하는 일이 언제나 좋은 일일까요? 아니면 특정 새끼를 편애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족은 협력집단일까요, 아니면 내부에서도 이기주의나 속임수가 있을까요? 다음 장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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