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에서 방영되었던 철학자 강신주님의 강연 중에 시가 한 편 언급되었습니다.
바로 김선우 시인의 '상냥한 지옥'이라는 시 입니다.
이 시는 김선우 시인의 시집 <녹턴>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https://youtu.be/ph_EJt0KgWA?si=yMfJhvJemX1JRHhn
김선우 시인의 시 '상냥한 지옥'에는 뚜렷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시 안에 '나'와 '너'를 제외하고는 사람을 지칭히는 인칭대명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상에는 오직 '나'와 '너'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너'로만 지칭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본다는 뜻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반이 될 예정이었던 아이들 중에 한 명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시다.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위해 슬퍼할까요? 아마 슬픔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떠난 아이를 알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학년 말에 그런 일이 생겼다면, 아이들은 굉장히 큰 슬픔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떠난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과 추억들로 그 아이는 대체불가한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싯다르타와 같은 위대한 사람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것을 '너'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런 삶은 나와 너의 팽팽하고 긴밀한 관계성 때문에 매우 힘들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이런 관계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많은 것을 대체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서로를 함부로 대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무감각해집니다.
'나'에 대해서는 어떤까요? 우리는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로 대체가능한 존재로 만들어버리곤 합니다. 내가 대체가능해지는 순간 나는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존재가 됩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은 오만방자한 인간을 표현하는 말이 아닙니다. 나를 대체불가능한 유일한 존재로 비유한 말입니다.
세계는 '나'와 '너'로 늘어나야 합니다. 지금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남의 일 처럼 얘기하면 안됩니다. 나와 너로 채워진 세상에서는 전쟁과 폭력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세계는 교환불가능한 것으로 보여합니다.
이것을 김선우 시인의 '상냥한 지옥'이 멋지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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