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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책'

싯다르타 무케르지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by 코코도두 202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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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 싯다르타 무케르지 (까치, 2011)

 

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인류와 암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 최고의 교양서

 

이 책은 인간과 암의 5,000년에 걸친 복잡한 공존의 역사를 다룬 종양학자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첫 저작입니다. 암 연구와 치료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저자는 환자들의 실화와 암의 과학적·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암이라는 존재를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이 책은 암이 단순히 치료의 대상이 아닌, 인류가 이해해야 할 복잡한 현상임을 강조하며, 의사와 환자들이 겪은 좌절과 성공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냅니다. 과학적 용어나 이론보다는 암의 기원과 본질에 집중하며, 암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출간 후, 미국에서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11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자의 말 (발췌)

 

이 책은 암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한때는 남이 알아챌까 "쉬쉬하던" 질병이었다가 변신하여 우리 세대를 규정하는 천벌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유적, 의학적, 과학적, 정치적 함의로 가득한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된, 고대로부터 내려온 한 질병의 연대기이다. 
 
 이 책은 "전기"이다.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 그대로 말이다. 즉 이 불멸하는 질병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성격을 이해하고 행동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기를 넘어서서 한 가지 질문을 제기하려는 것이다. 과연 미래에 암의 종말이 올까? 우리의 몸과 사회에서 이 병을 영구히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암이라는 질병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그들이 한 가지 근본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두 "암"이라고 부를 뿐이다. 바로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이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암 사이에는 생물학적 공통점을 넘어서서,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깊은 문화적, 정치적 주제들이 관통하고 있다....
 

제1부: "검은색의, 끓지 않는" (감상)

 

알게 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해부 인체지도를 그린 베실리우스, 백혈병을 다시 생각하게 한 피르호, 창의적인 가서과 실험으로 최초의 화학요법을 시행한 파버. 책은 지적 토대가 어떻게 탄탄힌 쌓여 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기존의 권위나 지식에 매몰되지 않고 보이는 것을 측정하고 믿기로 한 그들의 방식을 보며, 나는 그들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날카롭게 관찰하고, 꼼꼼하게 기록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제2부: 성급한 전쟁 (감상)

 

암은 이제 단순히 '의학'의 범주를 넘어 물리학과 화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 분야와 깊은 연관성을 맺게 되었다. 뢴트겐이 발견하고 퀴리가 평생을 바친 엑스선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강혁한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산업에서 염료로 시작해 전쟁에서 머스터드가스로 정점을 찍은 합성화학 물질들은 절망에 빠진 환자들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가 종양을 파괴했다.
 
 엑스선과 화학요법은 암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지만, 치료 후에도 재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완치를 위해 치료제를 찾고자 했던 연구자들은 연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중의 관심을 끌며 마케팅에 나섰고, 사교계를 통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인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암 치료의 혁신을 이끈 인물들이 모였던 중심지가 되었다. 임상 실험의 컨소시엄과 프로토콜이 체계화되었고, VAMP요법이 개발되었으며, 암의 징후가 사라진 후에도 장기간 전신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새로운 치료 원칙이 확립되었다.
 
 과학자들은 미치 미끼분자가 세포의 자물쇠를 하나씩 열어가듯, 암의 비밀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제3부: 호전되지 않으면 내 삶을 끝내줄래요? (감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개념은 철학과 과학에서 자주 논의된다. 이와 같은 범용주의가 암 치료에 적용되면서, 사람들은 암을 정복할 수 있다는 집단적 환상에 빠져들었다.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의 실질적 진보는 더디고, 암 연구 분야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임상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수많은 시도들은 마치 치료의 탈을 쓴 무모한 실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암 치료는 단순히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환자가 남은 삶을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치료를 명복으로 환자를 극한의 실험 상황으로 내몰고, 그 결과가 성공적이면 산다는 식의 비인간적 접근은 치료제 개발이라는 명분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 속에서 특별한 성취를 이뤄낸 연구자들은 끈기와 과학적 엄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한 번에 하나씩 암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비록 더디게 보일지라도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나의 약물, 하나의 표적, 하나의 암세포를 천천히 분석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특정 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아마 암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기에 생명의 마지막을 존중하며 고귀하게 마무리하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드디어 등장한 완화의료가 반가웠다.
 

제4부: 예방이 곧 치료 (감상)

 

분명 과학은 여러 중요한 진보의 순간들을 거쳐왔고, 언젠가는 암의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암'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조급함과 성마름에 휩싸이면, 암이 단순한 하나의 병이 아니라 수많은 원인과 메커니즘을 가진 복잡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잊고, '마법의 탄환'을 찾으려는 허망한 욕망에 빠지게 된다. 더 나쁜 것은 이런 태도가 이미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들조차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비이성을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담배를 끊고, 자궁경부함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B형 간염 항체 검사를 하고,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것. 이 정도가 책에도 보여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예방조치들일 것이다.
 
그러나 효과 여부가 검증되지도 않은 암 치료제, 맹독성 독극물을 몸에 흘려보내며 생존을 기원하는 수많은 몸들이 역사에는 너무 많았다. 이 처참하고 절박한 치료를 받아들이는 환자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치료가 어떤 종교의식처럼, 때로는 유행이 번지듯 행해지는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잘못된것처럼 느껴진다.
 
 

제5부: "우리의 정상 자아의 일그러진 형태"  (감상)

암이 단순히 외부적 요인이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라, 우리의 유전적 구조 속에 내재된 잠재적 위협이다. 5부에서는 암이 단순히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부라는 점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처음 암 연구가 시작될 때, 과학자들은 암의 외부 원인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특히 라우스 육종 바이러스의 발견은 암이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을 강화했고, 많은 시간을 이 가설을 검증하는 데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록 기대했던 바이러스성 암의 발견은 대거 실패했지만,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면서 유전자의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이는 암의 유전적 돌연변이 기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을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었다.

암의 유전적 원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모든 정상 세포가 원종양유전자라는 전구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암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암은 언제든 우리가 가진 유전자 속에서 깨어날 수 있는 '내재된 위험'이라는 뜻이다. ras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영구적으로 활성화되거나, Rb 유전자가 불활성화되어 세포 분열을 통제하지 못하는 현상은 암이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니라, 우리 생명의 메커니즘이 왜곡되어 나타난 현상임을 잘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암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기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암세포는 사실상 우리 자신의 일부로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활용하여 자신을 유지하고 번식한다. 이것은 암을 외부에서 들어온 침입자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일어난 왜곡된 자기 복제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열어준다.

이 점에서 암은 우리가 짊어진 생명의 이중적인 운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암 연구는 단순히 질병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암은 우리 유전자 속에 잠재된 가능성으로, 우리의 생명 유지 메커니즘이 극단적으로 변형될 때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나는 암이 단순히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더 나아가 우리 존재의 근원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좀 막막하고 씁쓸해졌다.

  

제6부: 오랜 노력의 결실  (감상)

암 치료의 역사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의 연속이다. 초기에는 수술과 방사선 요법이 암세포를 제거하는 주된 방식이었지만, 이러한 치료법은 암이 특정 부위를 넘어 퍼지면 한계를 드러냈다. 더 큰 수술이 완치를 보장하지 않음을 깨달은 의사들은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암세포만이 가지는 특유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이 치료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암의 특수성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암세포는 돌연변이를 축적하며 성장한다. 이 돌연변이는 종양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종양 억제 유전자를 비활성화하여, 정상 세포의 성장 조절 메커니즘을 무너뜨린다. 둘째, 암세포는 세포 신호 전달 경로를 영구적으로 활성화해 무분별하게 성장하고 분열하며 그 경로에 암세포는 의존하게 된다. 셋째, 암세포는 돌연변이를 통해 죽음 신호에 저항하고, 전이하며, 혈관 성장을 촉진하는 능력을 획득한다. 이러한 특성들은 치료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과학적 진보의 결과, 특정 종양 유전자가 유발하는 암에 대한 표적 치료법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Her-2 유전자가 유발하는 유방암과 Bcr-abl 유전자가 유발하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한 표적 항암제가 개발되었다. 이러한 약물들은 암을 유발하는 종양유전자를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암은 끊임없이 변이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을 지닌다. 우리는 암의 아킬레스건을 표적으로 삼아 치료법을 개발하지만, 암은 그 취약점을 변화시켜 저항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암과 맞붙는 끝없는 싸움에 갇혀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달려야만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추격전은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세포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표적으로 삼는 치료법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점진적으로 성과를 이루어가고 있다. 또한, 암 유전체 서열분석을 통해 겉보기에는 암이 다양해 보이지만, 실상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경로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암은 결국 경로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암 의학은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첫째, 운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한 암 치료법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분자역학을 통해 암 발병 메커니즘을 파악하여 암 예방과 선별 검사가 더 정교해질 것이다. 셋째, 유전자와 경로에 대한 통합적 이해로 암의 행동을 설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암의 유전자와 경로를 분석하며 그 생물학적 본질을 조금씩 더 이해해가고 있다. 암과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암의 복잡성을 해독해나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암과의 추격전은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낸 것을 바탕으로 이만큼 발전해 온 것 처럼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암에 대해서 이렇게 길고 자세히 설명해 준 책 덕에 앞으로 직접이든 간접이든 경험하게 될 '암'에 대해서 조금은 더 담대하고 차분해질 수 있을것 같다. 비전문가에게 이만큼 암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준 책이 있고, 그것을 읽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이로써 벌써 나는 암에 있어서 많은 혜택을 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