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인류를 진화시키고 문명을 건설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서사가 필요한 시대다.
인류는 고대 동굴 벽화 속 이야기에서부터 현대 애니메이션과 정치적 수사까지, 언제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켜 왔습니다. 『일리아드』 같은 고전이 역사를 형성했다면, 정치적 거짓말은 투표 결과를 흔들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야기의 힘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전쟁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이 책은 인류가 어떻게 이야기의 힘을 통해 진화적 우위를 점하고, 문명을 이루었는지를 분석합니다. 2022년 독일 독서문화진흥재단에서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야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서사가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이야기는 왜 중요한가?
우리는 왜 이야기에 매료될까요? 그리고 왜 이야기는 우리 삶에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할까요? 이 책은 그 답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가 아니라, '호모 나랜스(이야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야기로 엮여 왔으며, 이야기는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선사시대에는 한 사람이 사냥 중 겪은 위험한 경험을 부족에게 전하면서,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흥미로운 탈출 이야기 속에 담긴 중요한 교훈들, 예를 들면 적을 만났을 때 단순히 무기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폭포 아래 물이 깊어 비상시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정보들은 부족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결국, 더 훌륭한 이야기를 가진 부족이 살아남는 시대였던 것이죠.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와 인간 본성
1945년 조지프 캠벨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전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분석하여 모든 이야기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서사 유전자'라 부르며,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것임을 설명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영화나 문학 작품 속에도 이러한 구조가 반복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이야기('맨인홀')나 신데렐라 같은 성공 스토리에 열광합니다.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인간의 본능이 여기에 반영된 것일까요? 실패로 끝나는 이야기보다는 희망과 성취를 담은 이야기가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치와 기업, 그리고 전쟁에 활용되는 이야기의 힘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의 수단을 넘어, 정치, 언론, 기업, 전쟁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사용됩니다. 특히 정치인과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특정 서사를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음모론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주 등장하며, 대중을 설득하고 동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이러한 서사는 종종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나치 독일은 '사악한 유대인' 서사를 퍼뜨려 대량 학살을 정당화했고,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서사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유혹했습니다. 이야기는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새로운 서사를 향한 필요성
오늘날 우리는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서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기존의 서사는 갈등과 희생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희망과 협력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청년들이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는 영웅 서사를 만들어내며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개인이든 사회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야기들이 모여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이 책은 그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서사를 고민해 보도록 이끕니다.
<지은이 소개>
자미라 엘 우아실은 1984년 뮌헨에서 태어나, 뮌헨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 독일 현대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온라인 포털 ‘위버메디엔’에서 ‘보헨샤우(Wochenschau)’라는 칼럼을 기고 중이며, 오더블의 팟캐스트 ‘작 니말스 니체(Sag Niemals Nietzsche)’에서 크리스티아네 슈텡거와 함께 철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는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 잡지인 〈슈피겔〉의 온라인 칼럼 ‘간츠 마이너 마이눙(Ganz Meiner Meinung)’을 통해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을 전하고 있으며, 프리데만 카릭과 함께 팟캐스트 ‘해적방송국 파워플레이’를 공동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리데만 카릭은 1982년 슈바르츠발트에서 태어나 언론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는 〈쥐트도이체 차이퉁〉, 〈쥐트도이체 차이퉁 마가진〉, 〈디 차이트〉 등 독일의 주요 언론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며, ARD와 ZDF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예거 & 잠믈러(Jager & Sammler)’의 진행자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또한 소설 『정글(Dschungel)』과 『우리가 사랑하는 법: 일부일처제의 종말(Wie wir lieben. Vom Ende der Monogamie)』을 집필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도 굳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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